
[1인가구 놀란 커츠 Nolan Kurtz] 살아온 시간이 한 사람을 빚어내듯, 집에도 자연스레 세월의 궤적이 새겨집니다. 오늘의 1집러 놀란 커츠 님은 미국 포틀랜드에 살면서도 중국계라는 뿌리를 잊지 않기 위해 집 안 곳곳을 기억의 조각으로 채워 왔어요. 외조부모님께 물려받은 중국식 병풍부터 일본 인형, 네팔 가면, 빈티지 소품까지. 서로 다른 시대와 문화가 한데 모인 공간은 어느새 그를 닮은 한 권의 앨범이 되었는데요. 복잡다단한 정체성만큼이나 풍성한 이야기를 품은 그의 집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에 사는 놀란 커츠(@mingteriors)입니다. 대학에서 기독교 신학을 전공한 뒤 병원에서 환자와 가족, 의료진에게 영적·정서적 돌봄을 제공하는 채플린으로 일했어요. 지금은 잠시 일을 쉬면서 다양한 경험을 기록하고 아카이빙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건물 외관이 눈에 띄어요. 이 집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어디든 걸어서 갈 수 있는 입지가 가장 마음에 들었어요. 도심에 있어 식료품점은 물론 길 건너 카페와 레스토랑, 극장, 콘서트홀까지 편하게 오갈 수 있거든요. 편의성만큼 중요하게 생각한 게 하나 더 있었는데, 바로 집이 가진 역사와 개성이었죠. 이 집은 1922년에 지어진자코비안리바이벌(Jacobean Revival)양식의 유서 깊은 건물입니다. 화려한 기둥과 입체적인 베이윈도우(Bay Window), 지붕선을 따라 이어지는 성벽 형태의 장식까지, 섬세하고 정교한 건축적 디테일에 마음을 빼앗겼죠.

외관과 내부가 전혀 다른 세상 같아요. 인테리어 콘셉트가 궁금해요.
한 단어로 소개하자면 ‘에클렉틱(eclectic)’ 스타일이에요. 서로 다른 시대와 양식, 문화적 요소를 자유롭게 조합해 하나의 독창적인 공간을 만드는 방식이죠. 빈티지 마켓에서 구한 그림 앞에 대만에서 가져온 앤티크 가구를 놓는 식으로요. 여러 장소와 시대에서 온 물건들이 한 공간에서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도록 구성했습니다.
억지로 힘을 준 느낌보다는 세심하게 큐레이션된 분위기를 전하면서도, 곳곳에서 의외의 재미를 발견할 수 있는 집을 만들고 싶었어요. 그중에서도 집 곳곳에 들인 중국풍 요소는 중국계라는 제 뿌리를 기리는 방식이에요.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가 상하이, 홍콩, 대만 등을 여행하며 모으신 가보도 있고, 제가 몇 년에 걸쳐 골동품점과 온라인숍을 오가며 하나씩 찾아낸 물건들도 있죠. 가족이 물려준 물건과 제가 고른 물건이 나란히 놓이면서, 이 집만의 이야기도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습니다.

중국풍 말고도 다른 나라에서 온 듯한 물건이 많이 보여요.
우리 중 누구도 단 하나의 카테고리로만 정의될 수는 없잖아요. 정체성은 관계와 장소, 겹겹이 쌓인 경험을 통해 완성되고, 저는 그 복잡함이 우리의 이야기를 더 풍성하게 만든다고 생각해요. 중국계 혼혈인 저는 이중적인 정체성 때문에 문화적 경계에 붕 떠 있는 듯한 답답함을 느끼기도 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그 다양함을 즐기고 있어요.
에클렉틱 스타일도 같은 맥락이에요. 하나의 문화나 미감을 그대로 재현하기보다, 저를 만들어 온 다양한 영향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거죠. 중국 족자와 일본 인형, 네팔 가면, 빈티지 울 러그, 현대적인 목공예품, 중고로 발견한 보물들이 한 공간에서 대화를 나누듯 함께 놓여 있어요. 그렇게 모인 물건들이 다른 방식으로는 만들 수 없는 저만의 이야기를 들려준답니다.
🌏서로 다른 시간과 문화가 한자리에!
에클렉틱 스타일의 거실🛋️


놀란 님만의 특별한 구석을 소개해 주세요.
바로 거실이에요. 가구와 예술 작품, 다양한 소품을 겹겹이 배치할 수 있을 만큼 공간이 넉넉하거든요. 아침에는 이곳에서 향을 피우고 명상하며 하루를 시작해요. 창가에는 도시 풍경을 바라볼 수 있도록 책상을 두었고, 작업하지 않을 땐 기타와 중국 전통 현악기인 ‘고쟁’을 연주하기도 하죠. 햇빛이 가장 잘 드는 곳이라 관엽식물을 키우기에도 좋고요. 창작과 휴식이 한곳에서 자연스레 공존하다 보니, 작업에 집중하면서도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소중한 공간이 되었습니다.

집 곳곳에 물건과 작품이 정말 많아요. 혼자 살면서 이 많은 소품을 관리하는 나름의 팁이 있다면요?
👦🏻 제게 집을 돌보는 일은 단순한 유지 관리가 아닌, 사물과 교감하는 시간에 가까워요. 먼지를 닦으려고 물건을 하나씩 들어 올리는 순간이 그동안 모아 온 것들을 다시 마주하며 그 이야기를 떠올리는 기회가 되거든요. 바닥을 청소할 때는 러그의 질감과 패턴, 만듦새를 새삼 느끼고, 식물에 물을 줄 때는 하나하나 살피며 저마다의 개성과 성장을 지켜봐요. 이런 마음가짐이 맥시멀리스트의 집을 유지하는 원동력이죠.

가장 애착이 가는 아이템은 무엇인가요?
외조부모님께 물려받은 중국식 병풍 두 점이에요. 어릴 때 두 분과 함께 살아서, 이 물건들과 그 안에 담긴 이야기에 둘러싸여 자랐어요. 외할머니께서 병풍을 얼마나 아끼셨는지도 여전히 기억에 선명하고요. 어른이 되어 이를 직접 간직하게 된 건 정말 뜻깊은 일이에요. 가족과 제 뿌리, 함께 나눈 추억과 계속 이어져 있다는 느낌을 주거든요.

이미지 출처 @tinybramblesshop
놀란 님만의 혼자 가기 좋은 스폿을 추천해 주세요.
포틀랜드 곳곳의 빈티지숍과 중고 매장을 추천해요. 생각지도 못한 보물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거든요. 그중 빈티지·앤티크 홈 데코 매장인 ‘Tiny Brambles’(@tinybramblesshop)를 즐겨 둘러보곤 하는데요. 혼자 천천히 둘러보며 마음에 드는 물건을 찾기 좋으니, 빈티지 가구를 좋아한다면 꼭 방문해 보시기 바랍니다.
📍Tiny Brambles: 902 SW Morrison St, Portland, OR 97205 미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