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인가구 임태현 Lim Taehyun] 자동차 디지털 디자이너로 15년째 일하는 태현 님. 독립 후 혼자 사는 심심함을 달래려 하나둘 시작한 일들이 이제는 그를 설명하는 근사한 취미가 되었다고 해요. 마음에 드는 물건을 차곡차곡 들여 완성한 복층 집에는 만화책과 피규어, 식물, LP 등 좋아하는 것들이 빼곡합니다. 진심으로 놀 줄 아는 태현 님의 취향 가득한 일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 자동차 디지털 디자이너 임태현(@i_was_a_good_boy)입니다. 디자이너가 그린 그림을 바탕으로 실제 자동차의 형태를 구현할 수 있도록 3D 데이터를 만드는 일을 해요. 집에서는 반려묘 산초와 살고 있습니다. 음악을 좋아해 LP를 모으고 디제잉도 하고요. 집을 꾸미거나 자동차를 정비하는 등 손으로 무언가를 다루는 일도 즐깁니다.

🖌️ 독립을 결심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부모님은 혼자 사는 걸 반대하셨다고요.
👦🏻 어릴 때부터 독립하고 싶었지만 부모님의 반대로 본가에서 오래 살았어요. 두 분 모두 미래를 위해 아끼고 저축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셨거든요. 그러다 문득 ‘언제까지 아끼며 살아야 하나’ 싶었어요. 한 번쯤 제 삶을 온전히 즐겨보고 싶어 독립을 결심했고, 39세에 처음 혼자 살게 됐습니다.

🖌️ 지금의 집을 선택한 이유와 이곳에 살며 새로 알게 된 자신의 모습을 들려주세요.
👦🏻 독립한 뒤 줄곧 오피스텔에 살았는데, 이 집은 평수가 크고 창이 넓어서 첫눈에 마음에 들었어요. 특히 공간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는 복층 구조라 고양이에게도 좋은 환경이 될 것 같았죠.
이 집으로 이사 오면서 제가 생각보다 ‘집’을 참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됐어요. 예전에는 퇴근길에 카페를 전전하거나 주말마다 밖으로 돌곤 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가장 즐거워요. 그렇다고 가만히 누워만 있는 건 아니에요. 식물과 물고기를 돌보거나 자동차와 오토바이를 직접 정비하며, 집 안팎을 부지런히 가꾸고 있습니다.


🖌️ 셀프 인테리어부터 정비까지 모든 과정을 손수 해내시는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 공대 출신이라 원래 무언가 만드는 걸 좋아하기도 하고, 정비용 공구가 많아 셀프 인테리어도 자연스럽게 시작하게 됐어요. 비용을 아낄 수 있다는 점도 컸고요. 주변에서 어떻게 다 직접 할 생각을 하냐고 물어보곤 하는데, 사실 가장 큰 계기는 혼자 살면서 찾아오는 ‘심심함’이었어요. 혼자 보내는 시간을 재미있게 채우려다 보니 자연스럽게 취미가 늘어났죠.
저는 결과보다 무언가를 만들어가는 ‘과정’의 낭만과 즐거움을 훨씬 중요하게 여겨요. 조금 수고스럽더라도 직접 손대고 가꾸는 그 순간 자체를 즐기는 편입니다. 과정이 즐거워야 오랫동안 지속할 수 있거든요. 지금 회사에서 15년 동안 일을 이어올 수 있었던 것도 결국 그 과정 자체를 사랑하는 마음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취향 오브제로 이어가는
나만의 셋리스트💿


🖌️ 디제잉은 언제부터 시작하셨어요?
👦🏻 2년 반 전쯤 시작했어요. 언젠가 해보고 싶었던 일인데, 막상 해보니 생각보다 재미있어 본격적인 장비도 갖추게 됐죠. 좋아하는 곡으로 셋리스트를 짜서 사람들에게 들려주는 일이 즐거워요. 누군가 제 선곡을 듣고 ‘음악이 너무 좋았다’고 말해 줄 때 정말 뿌듯해요.


🖌️ 집을 꾸밀 때 정해둔 특별한 콘셉트가 있었나요? 집 꾸미기와 DJ 셋리스트를 짜는 일 사이의 공통점도 궁금합니다.
👦🏻 특별한 콘셉트는 없었어요. 흔히 나무보다 숲을 보라고 하잖아요. 저는 숲부터 그리기보다 나무 한 그루 한 그루에 먼저 마음을 쓰는 편이에요. 그렇게 가꾼 나무들이 모여 결국 숲이 되는 것처럼, 마음에 드는 소품과 가구를 하나씩 모으다 보니 지금의 집이 됐어요.
생각해 보면 이 과정이 DJ 셋리스트를 짜는 일과 참 닮았어요. 좋아하는 음악으로 셋리스트를 채울 수 있는 건 그동안 차곡차곡 모아온 앨범에 제 취향이 담겨 있기 때문이거든요. 집도 마찬가지입니다. 의도적으로 콘셉트를 잡지 않아도 오랜 시간 쌓여온 취향이 물건을 고르고 배치하는 데 자연스럽게 녹아들어요. 그렇게 좋아하는 것들을 하나씩 꺼내 놓았을 때 완성되는 분위기, 어쩌면 그게 바로 저라는 사람의 ‘장르’가 아닐까 싶습니다.

🖌️ 이 집만의 특별한 구석을 소개해 주세요.
👦🏻 거실에 있는 벽 선반이요. 레어로우 제품인데, 이사하기 전부터 꼭 설치하고 싶었어요. 소품이 많다 보니 한곳에 모아두면 좋겠더라고요. 일종의 명예의 전당이기도 해요. 새로 산 물건이 더 마음에 들면 선반 위 자리를 차지하고, 기존 물건은 다른 곳으로 옮겨가죠. 새로운 물건이 들어올 때마다 배치가 달라지는 것도 집에서 누리는 재미 중 하나입니다.

🖌️ 가장 애착이 가는 물건은 무엇인가요?
👦🏻 스타워즈 피규어를 수집해요. 그 밖에도 딱 봤을 때 예쁘고 갖고 싶으면 사요. 물건에 담긴 이야기나 배경을 알고 들이는 경우도 있지만, 늘 깊이 생각하는 건 아니에요. 좋아하는 마음을 따라 하나씩 모은 것들이 지금의 분위기를 만들었어요.

사진 출처: 고양특례시 일산호수공원 홈페이지
🖌️ 혼자 가기 좋은 숨겨진 스폿이 있다면 어디인가요?
👦🏻 일산호수공원을 추천해요. 산책이나 운동을 하기에도, 혼자 앉아 책을 읽기에도 좋은 아름다운 공원이에요. 셀프 인테리어를 좋아한다면 에이스 하드웨어 같은 공구 매장도 추천하고 싶어요. 다양한 공구와 자재를 구경하다 보면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도 하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