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려식물과 고가구로 가꾼 주거 디자이너의 도시 정원
[1인가구 유화정Yoo Hwajeong] 고가구와 반려식물이 옹기종기 자리한 1집러 화정 님의 집. 문을 열면 도심 속 발코니가 이어지고, 그 끝에는 작은 정원이 펼쳐집니다. 세월의 흔적이 담긴 가구, 옛것과 새것을 자연스레 조합한 조명 사이에서 이 집은 작업실이자 캠핑장, 때로는 산책로이자 쉼의 공간이 됩니다. 반려식물을 돌보며 삶의 결까지 함께 가꿔가는 화정 님의 정원으로 들어가 봅니다.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올해로 혼자 산 지 13년 차에 접어든 유화정(@lazysundaymoning)입니다. 대학 입학과 동시에 자연스레 1인 가구의 삶을 시작했어요. 공예를 전공하고 전시 기획 관련 일을 하던 중 공간을 구성하고 연출하는 과정에 매료돼 현재는 주거 공간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어요. 머릿속으로 상상하던 공간을 두 눈으로 직접 마주할 때 느꼈던 설렘과 보람이 지금도 제 가장 큰 원동력입니다.

이곳에 산 지 8년이 넘었다고요. 넓은 발코니가 있는 집을 선택한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어릴 때부터 부모님이 분재를 키우시는 모습을 보고 자라서인지, 첫 독립을 할 때 자연스레 고려담쟁이 한 그루를 데려오게 됐어요. 그런데 1년 가까이 잎 하나 내지 않다가, 어느 날 새잎이 돋아난 걸 보고 정말 기뻤어요. 그 마음을 시작으로 식물에 대한 애착이 점점 깊어졌고, 식물도 하나둘 늘어났죠.
그러다 보니 식물이 햇빛과 바람을 더 자주 누릴 수 있는 집으로 옮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때부터 채광 좋고 발코니가 있는 집을 찾아다니다 지금 집을 만났고, 벌써 이 집에서 지낸 지 8년이 되었어요. 식물에게 근사한 발코니를 내어주느라 정작 제가 생활하는 방은 전보다 좁아졌지만 이보다 더 만족스러울 수 없어요.

발코니가 생긴 후, 일상에서 달라진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일상이 이전보다 훨씬 입체적이고 다채로워졌어요. 평소 생각이 많은 편인데, 발코니에서 식물을 돌보는 시간만큼은 잡념이 사라지더라고요. 매일 아침 날씨를 스마트폰 앱이 아니라 발코니 밖 풍경으로 확인하는 것도 큰 변화예요. 꽃이 피고 지는 모습, 비가 내리고 눈이 쌓이는 풍경을 바라보며 계절의 흐름을 몸으로 느끼고 있어요.
넓은 발코니가 생긴 뒤로 상추, 깻잎, 토마토, 고수 같은 채소를 해마다 직접 길러 먹고 있어요. 내가 먹을 음식을 직접 키우다 보니 농약이나 재배 방식에도 자연스럽게 관심이 생기더라고요. 결국 내 몸에 들어오는 음식과 일상을 더 소중하고 정성스럽게 들여다보게 됐어요.

혼자 사는 삶에서 만족스러운 점은 무엇인가요?
집 밖에서는 시간의 소유권이 온전히 제게 있는 느낌을 받기 어렵잖아요. 하지만 이 집에서만큼은 오롯이 저만의 속도로 시간을 쓸 수 있다는 게 가장 만족스러워요. 혼자 산다는 건 나만의 시간과 공간을 온전히 소유하고 다듬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동시에 나란 사람을 알아가는 과정이기도 하죠. 평소 좋아하는 물성의 오브제를 두거나, 집 안의 동선과 가구 등을 재배치하면서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잖아요. 그게 삶을 대하는 태도로도 확장되는 기분이 들어요.
집 안에 들인 나만의 정원
사람과 식물이 공존하는 발코니


화정 님의 인테리어 포인트는 어떤 걸까요?
이 집을 인테리어할 때 중요하게 생각한 건 효율성이었어요. 발코니가 넓은 대신 실내 공간은 비교적 좁은 편이라 한정된 공간을 최대한 활용해야 했거든요.
일단 책상 대신 모듈형선반을 두어 필요할 때마다 유연하게 쓸 수 있도록 작업 공간을 구성했어요. 거실 한가운데는 테이블 두 개로 중심을 잡고, 소파를 그 곁에 두어 자연스럽게 휴식 공간이 이어지도록 만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아끼는 고가구들을 곳곳에 배치해, 현대적인 느낌과 클래식한 멋이 균형을 이루도록 한 점도 저희 집만의 포인트랍니다.

이 집의 특별한 구석은 어디인가요?
아무래도 발코니가 아닐까 싶어요. 늘 정원을 가꿀 수 있는 집을 꿈꿨지만, 막상 이렇게 넓은 공간을 마주하니 어떻게 꾸며야 할지 막막하더라고요. 자칫 단조로운 공간이 될 것 같아, 휴식 공간과 가드닝 공간을 자연스럽게 나누는 데 신경을 많이 썼어요. 인조잔디와 디딤석을 적절히 배치해 공간마다 역할을 부여했고, 덕분에 한층 입체적인 발코니가 완성됐죠.
평소 요리를 즐겨하는데, 특히 비가 촉촉하게 내리는 날이면 따뜻한 국물 요리를 준비해 발코니로 나가요. 바깥 공기를 맞으며 먹는 한 끼는 식당에서 먹는 음식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더라고요. 계절의 공기와 풍경까지 함께 즐길 수 있어 특별한 구석이라 소개하고 싶어요.

가장 애착이 가는 아이템은 무엇인가요?
고가구 모으는 것을 정말 좋아해요. 공간의 무게감을 잡아주는 묵직한 가구부터 작고 아기자기한 소품까지 고가구만의 매력이 가득하거든요. 집에 있는 향꽂이와 조명 갓, 작은 탁자 등은 모두 답십리 고미술상가와 풍물시장을 들러 보물찾기하듯 수집한 물건들입니다. 그리고 오랜 시간을 함께한 반려식물들도 빼놓을 수 없어요. 몇 번이나 시들해져서 가슴을 졸이게 하다가도, 다시 파릇하게 살아나는 과정을 함께 지켜보며 정이 많이 들었거든요. 그래서인지 이제는 단순한 인테리어 식물이 아니라, 이 집의 당연한 일부이자 제 삶의 커다란 한 조각처럼 느껴져요.

고가구를 고르는 안목을 기르는 팁이 있을까요?
답십리 고미술상가를 가장 먼저 추천해요. 큐레이션이 잘된 상점이 많아서 고가구를 처음 접하는 분들이 안목을 기르기 좋거든요. 다만 가격대가 있는 편이라 바로 구매하기보다는 다양한 가구를 둘러보며 내 공간과 어울리는 스타일을 익히는 데 더 적합해요.
어느 정도 기준이 생겼다면 풍물시장을 방문해 보세요. 운이 좋으면 생각보다 합리적인 가격에 멋진 아이템을 발견할 수 있거든요. 집 조명 갓도 풍물시장에서 아주 저렴하게 구한 제품이에요. 다만 물건이 체계적으로 정리돼 있지 않아 원하는 제품을 찾기가 쉽지 않으니, 찾고 싶은 가구의 종류나 크기, 디자인을 어느 정도 정한 뒤에 둘러보길 권해요.

사진 출처: 김종영 미술관(@kcymuseum)
서울 평창동에 자리한 김종영 미술관을 추천해요. 아름다운 건축과 곳곳에 자리한 멋진 조각들이 있어 보고 있으면 저도 모르게 빠져들게 되는 곳이거든요. 창밖으로 예쁜 풍경이 내다보이는 카페도 있어서, 혼자 책 한 권 들고 가 조용히 숨을 고르고 오기 참 좋은 아지트 같은 공간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