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1인가구] 90년 세월을 품은 서촌 한옥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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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가구 이하경 Lee Ha Gyeong] 낮은 처마 아래 아침 햇살이 번져 오면 이하경 1집러의 하루가 시작돼요.

벽면 수납장을 걷어내고 끼워 넣은 책상과 책장, 돌·리넨·나무가 어우러진 소품, 그리고 스페인 산타앤콜의 희귀한 바시카(Básica) 램프까지. 불편함을 기꺼이 받아들인 자리마다 ‘진짜 필요한 것만 남기는 삶’이 남겨져 있습니다. 골목이 살아 숨 쉬는 서촌 한옥에서, 시간과 욕심을 덜어내며 완성한 이하경 님의 특별한 구석을 함께 들여다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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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서촌의 90년 된 한옥에서 1집 생활 중인 이하경(@finder.lee)입니다. 정림건축종합건축사사무소에서 근무하다 6년 차에 퇴사했고, 현재는 뉴스레터 SOSIC을 운영하며 재정비의 시간을 보내는 중이에요. SOSIC은 공간과 도시의 변화를 다루는 뉴스레터로 회사 동기와 함께 만들었어요. ‘공간 트렌드’를 중심으로 사람·도시·공간의 관계를 다층적으로 살펴보죠. 매주 월요일마다 발행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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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촌이라는 동네를 고른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망원동에 살던 시절부터 자주 찾던 동네였어요. 저는 거대한 빌딩이 늘어선 곳보다는 스케일이 작고 골목골목이 살아 있는 동네를 선호해요. 그런 점에서 서촌은 저에게 꼭 맞는 공간이었어요. 주변에 산도 가깝고 감각적인 공간들도 많아 자연스럽게 ‘다음엔 이곳에서 살아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죠. 실제로 집을 알아볼 때도 서촌 위주로 둘러봤어요.

처음 이 동네를 마주했을 때는 ‘편안하다’라는 느낌이 들었어요. 같은 서울이라도 여긴 확실히 다른 리듬을 갖고 있더라고요. 사람들의 발걸음도 느긋했고, 건물 높이가 낮아 시야가 트여서 마음이 편안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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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에서의 생활은 어떤가요?

이 집에서는 계절을 더욱 예민하게 느껴요. 여름엔 덥고 겨울엔 무지 춥죠. 벌레도 많아요. 하지만 오피스텔·아파트·빌라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계절을 직접적으로 체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한옥에 살기 시작한 뒤 조금씩 바뀌는 일상의 리듬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감각을 만들어줬어요. 물론 세스코는 자주 불러요(웃음).

작게 살다 보니 ‘진짜 필요한 것만 남기는 삶’을 연습하게 돼요. 사실 욕심이 많은 편인데, 이 집은 계속 비우게 만드는 힘이 있어요. 아무래도 (집이) 작기 때문이겠죠?



불편함 속에서 다듬어진
유연한 삶의 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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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구성하면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요?

‘불편하게 사는 것’이 제 콘셉트예요. 편리한 집에선 느끼기 힘든 나만의 리듬과 감정의 결을 이 집에서는 더 선명하게 느껴요. 불편함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더라고요. 오히려 그 과정을 통해 ‘유연해지는 법’을 배우고 조절하고 포기하고 받아들이는 태도를 자연스럽게 익혔어요. 예를 들어, 벽면 수납장을 과감히 걷어내고 그 자리에 책상과 책장을 끼워 넣어 공간을 재구성했어요. 덕분에 짐도 많이 줄였고요. 좁은 집이라 가구는 시야를 가리지 않도록 낮은 것 위주로 배치하고, 테이블은 다리를 교체해 높낮이를 조절할 수 있도록 해 작업과 식사가 모두 가능하게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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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경 님의 특별한 구석은 어디인가요?

하루 중 이 집이 가장 이 집다운 순간은 아침에 마당으로 햇살이 스며들 때예요. 따뜻한 빛이 디딤석을 타고 방 안까지 번져오면, 아주 조용하지만 공기가 꽉 차 있는 듯한 느낌이 들죠. 봄·가을 햇살이 좋은 날엔 마당에 나가 노트북을 펼쳐 작업을 하기도 해요. 해가 기울 때 툇마루에 앉아 시원한 맥주를 마시는 시간은 정말 소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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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하고 있는 아이템 중에 애정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돌·리넨·나무처럼 자연스러운 질감이 살아 있는 소재의 소품을 선호해요. 특정 브랜드보다는 ‘시간이 지나도 눈에 거슬리지 않을 물건인지’가 중요한 구매 기준이죠. 소장품 중에서는 스페인 조명 브랜드 산타앤콜(Santa & Cole)의 바시카(Básica) 램프가 가장 희귀한 아이템이에요. 국내 취급처가 거의 없어 희소성이 높고, 셰이드 소재에서 풍기는 동양적인 분위기가 한옥과 잘 어울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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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한옥에서 산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지닐까요?

지금 이 시대에 한옥에서 산다는 건, 삶의 속도를 잠시 늦추는 일 같아요. 빠르고 효율적인 삶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흐름 속에서, 불편함을 감수하며 살아 보기로 한 선택은 오히려 나를 더 세심하게 들여다보게 만들어요.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춥고 벌레도 많지만, 그런 조건 속에서 ‘내가 정말 원하는 삶의 형태가 뭘까?’를 계속 묻게 되죠. 그래서 한옥에서 사는 건 저에게 일종의 연습이에요. 유연하게, 욕심을 덜어내며 살아보는 연습. 막상 살아보니 한옥은 생각보다 훨씬 현실적이고, 또 일상적인 공간이더라고요. 제게 한옥은 동경에서 시작해 결국 일상으로 자리 잡은 공간이에요.


혼자 가기 좋은 숨겨진 스폿이 있다면 알려 주세요.

광화문 교보문고는 혼자 머물기 좋은 곳이에요. 집과 가까워 자주 들르는데, 넓은 동선 덕분에 사람이 많아도 북적이지 않고 각자 조용히 시간을 보내는 분위기가 좋아요. 혼자여도 전혀 어색하지 않고, 오히려 더 몰입하게 되는 공간이랄까요.

전시나 테마 큐레이션 코너는 주기적으로 새로 바뀌는데, 그때그때의 키워드로 구성된 책과 진열을 천천히 둘러보다 보면 예상치 못한 문장이나 취향을 발견하게 돼요.



디지털 에디터 영은 | 글 지수 | 사진 우경 | 영상 윤진·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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