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1인가구] 수집의 미감, 푸드 콘텐츠 디렉터 박수지 1집러의 특별한 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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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가구 박수지 Park Su Ji] 빈티지와 오래된 것에 대한 향수를, 경험과 취향으로 깊이 있게 내면화한 박수지 1집러.

클래식 음악과 인상파 회화를 좋아하고, 빈티지 수집과 차를 마시는 시간을 사랑하는 그녀의 공간에는 물건 하나하나에 이야기가 깃들어 있죠. 덕분에 구경하는 즐거움이 더 컸던 박수지 1집러의 성북동 집으로 함께 가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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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푸드 콘텐츠 디렉터 박수지(@chezsusie)입니다. 브런치 카페 ‘67소호’ 오너 셰프를 거쳐, 현재는 F&B 브랜딩과 메뉴 컨설팅, 콘텐츠 제작 등 음식과 관련된 다양한 일을 하고 있어요.

저는 음식과 공간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고 믿어요. 경험과 감각을 통해 사람들에게 감동과 위로를 전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식재료에 담긴 계절의 흐름이나 맛, 공간의 분위기 같은 섬세한 요소들을 늘 주의 깊게 관찰하며 살아가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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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지 님의 1인 라이프는 어떤가요?

독립한 지는 꽤 오래됐어요. 스물한 살 때, 가족이 미국으로 이민을 가고 저만 한국에 남게 되면서 비자발적 독립이 시작됐죠. 만 21세 이상은 부모와 함께 미국 영주권을 취득할 수 없었고, 한국에서 학업도 이어가야 했거든요. 가족과의 유대가 워낙 끈끈했던 편이라 외롭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다정하지만, 엄한 아버지와 떨어져 지내며 굉장한 해방감과 자유를 느끼기도 했어요. 그 이른 독립 경험이 지금의 저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준 것 같아요. ‘누구의 것도 아닌 나만의 공간’을 갖는 건, 제겐 중요한 의미예요. 끊임없이 창작해야 하는 직업의 특성상, 집에서는 온전히 쉬고 회복할 수 있어야 하거든요. 온전한 독립과 휴식이 제 안의 평온함과 상상력을 지켜주었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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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거주 중인 이 집과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됐나요?

이사 온 지 벌써 3년이 됐어요. 당시 약 40군데 집을 봤는데, 마음에 쏙 드는 집이 없어 포기하려던 찰나에 이 집을 만났죠. 사실 예산보다 가격이 높았지만, 그냥 한번 보기나 하자는 마음으로 들렀어요. 성북동 골목의 비탈진 언덕을 오르다 만난 이 집은 처음 봤을 때, 마치 시간이 멈춘 것 같았어요. 통창 너머 펼쳐진 아름다운 동네 전경과 주방의 초록색 타일을 보는 순간 "계약할게요"라고 말해버렸죠. 대추나무, 살구나무가 우거지고 새소리가 울리는 이곳이 마치 다른 세상 같았어요. 한적한 강북에서 사는 게 제1순위 로망이었는데요. 마침내 그 소원을 이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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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빈티지 물건이 눈길을 끌어요. 빈티지를 선호하는 이유가 있나요?

아버지께서 무역업을 하셨어요. 외국 출장을 많이 다니셨는데, 집으로 돌아오실 때면 항상 선물을 챙겨주셨죠. 그렇게 받은 선물에, 제가 발품 팔아 모은 것이 더해져 자연스럽게 ‘수집’이 되었어요. 그래서 집 안 곳곳에 이야기를 품은, 조금은 역사가 있는 물건들이 자리하고 있어요. 저는 시간을 통해 켜켜이 쌓인 것들, 좋아하는 것들이 밀도 있게 집약된 공간에 각별함을 느껴요. 그건 결국 한 사람의 취향이자, 그 사람만의 역사이기도 하죠.

프랑스 국민 가수이자 배우인 세르쥬 갱스부르와 그의 가족들을 좋아해요. 오래된 레페토(@repettoparis) 슈즈, 낡은 바카라(@baccarat) 크리스털 잔을 소중히 여기고, 남들에게 보이는 것보다 자신의 삶에 더 중요한 가치를 두는 빈티지하고 아이코닉한 그들의 취향을 좋아하다 보니, 어느새 저도 닮아가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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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지 님의 남다른 취미는 무엇인가요?

주로 정적인 취미를 즐겨요. 바흐 같은 클래식 음악부터 키린지의 시티팝까지,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들어요. 폴 세잔이나 김환기 화백의 그림을 감상하거나, 에릭 로메르오즈 야스지로 감독의 영화를 보는 것도 좋아하죠. 줄리어스 로버츠(@juliusroberts)의 제철 레시피북을 보며 요리하거나, 일상의 순간들을 사진이나 글로 남기기도 하고요. 그중에서도 가장 좋아하는 건, 조용한 공간에서 음악을 틀고 차를 마시며 하루를 정리하는 시간이에요. 


계획적인 성격이라 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으려 애쓰며, 꽤 타이트하게 살아왔어요. 그러다 번아웃이 왔고, 어느 날 한의원에 갔더니 한의사 선생님이 “뭐든 좋아요. 온전히 자신만을 위한 시간을 30분 만이라도 가져보세요.”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그때부터 음악을 들으며 멍때리거나, 가볍게 하루를 돌아보는 시간을 의식적으로 가지게 됐어요. 그 시간이 저를 많이 바꿨어요.



잔잔함과 평온함이 말을 건네는
사색이 흐르는 테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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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이 깃든 특별한 구석을 소개해 주세요.

거실 한쪽에 마련해 둔 작은 테이블 공간이에요. 마주한 큰 창 너머로 계절의 아름다움을 보기 좋은 자리죠. 눈부신 자연광 아래 촬영을 하거나, 글을 쓰고, 차를 마시며 사색을 즐기기도 해요. 때론 밥을 먹기도 하고요.


사실, 의도한 공간은 아니었어요. 67소호의 추억이 담긴 애착 테이블이었고, 손님들이 이 테이블에서 사색하던 모습이 인상 깊어 단순히 그런 용도로 사용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이곳에서 보내고 있어요. 테이블 위에는 좋아하는 찻잔과 라디오, 오래된 촛대를 두었고, 오팔린 화병에는 계절에 어울리는 꽃을 꽂아요. 매일 전투처럼 바쁜 일상에서, 이 공간은 제게 하루 중 가장 고요하고 평화로운 시간을 선사해 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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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하고 있는 아이템 중에 애정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아버지께 받은 KLM의 비즈니스석 기념품인 ‘올드 더치하우스’예요. 암스테르담에 방문했을 때, 곳곳에서 더치하우스를 마주하며 ‘정말 아이코닉한 물건이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딸들을 유독 아꼈던 아버지의 모습이 떠올라 뭉클했죠. 


빈티지 단스크 티 팟과 접시는 어머니께서 물려주신 거예요. 두 가지 모두 부모님의 취향과 추억이 담겨 있어, 저에게는 더없이 소중한 물건이에요. 파리에서 우연히 구입한, 오래된 은식기도 아끼는 아이템 중 하나예요. 무거운 시간을 이겨낸 사람처럼 표면이 조용히 빛나거든요. 그걸 볼 때마다 저도 그렇게 나이 들고 싶다고 생각하게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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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지 님의 취향을 공유하며 소통하고 계신가요?

내성적인 성격의 제가 사람들과 가장 빨리 가까워질 수 있는 코드 중 하나가 ‘취향’이에요. 그래서 비슷한 관심사나 결을 가진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을 좋아해요. 취향이 잘 통하는 지인들과는 영화관이나 미술관, 음악회를 즐기며 밤새 이야기를 나누기도 해요. 호기심이 많은 편이라, 경험해 보지 못한 콘텐츠를 소개하는 커뮤니티나 SNS를 온라인상에서 지켜보기도 하고요. 기회가 되면 단단한 취향을 가진 분들과 직접 만나보고도 싶네요.



혼자 가기 좋은 숨겨진 스폿이 있다면 알려 주세요.

신문로빌딩 지하에 ‘벌새(@beolsae8)’라는 작은 카페가 있어요. 클래식과 재즈가 흐르는, 조용히 머물기 좋은 핸드드립 전문 카페예요. 이곳의 ‘카페오레’는 저의 최애 커피예요. 2시가 되면 항상 KBS 클래식FM 라디오 <명연주 명음반>이 흘러나오는데, ‘코렐리 주제에 의한 변주곡’과 진행자 정만섭 님의 오프닝 멘트를 듣는 그 반복적 행위가 좋아, 일부러 그 시간에 맞춰 가기도 했어요. 

반지하 스타일 공간에 스며드는 햇살은 제 마음의 온도까지 따뜻하게 해 주는 것 같아요. 그래서, 어떤 날은 음악만 들으며 한두 시간을 보내기도 해요. 누구에게 말하지 않아도 편안히 즐길 수 있는 곳, 그런 공간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삶이 꽤 풍요로워지는 것 같아요.



디지털 에디터 영은 | 글 연숙 | 사진 창화 | 영상 윤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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