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가구 이승호 Lee Seung Ho] 출퇴근 시간조차 허투루 쓰기 싫었던 건축가, 이승호 1집러는 본인의 스튜디오가 있는 건물에 집을 마련해 효율적인 라이프스타일을 찾았어요. 건축가의 새집은 효율성과 개성, 취향을 모두 담고 있죠. 집과 사무실 모두 좋아하는 것들로 채웠을 뿐인데 아늑하면서도 빈티지한 분위기가 멋스러운 곳. 감각이 돋보이는 이승호 1집러의 공간으로 함께 들어가 볼까요?👀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건축사사무소 ‘STUDIO 승호(SS)’의 대표 이승호(@archiwangoao)입니다. 9년간 실무를 거쳐 스스로에게 전문성을 갖는 시간을 보낸 후, 2021년 제 이름을 내걸고 독립했어요. 다양한 프로젝트를 통해 저만의 디자인 접근법과 건축물의 타임리스적 가치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스튜디오와 자택이 한 건물에 공존하잖아요. 이 집을 선택한 이유가 있을까요?
독립 스튜디오를 차리면서 먼저 이 건물에 사무실을 얻었어요. 그러다 원래 살던 집 전세 계약이 끝나 새로운 집을 찾아야 했는데, 이 건물 다른 층의 빈 공간이 주인을 찾고 있는 게 생각났죠. 집의 상태나 인테리어 마감재 등 만족스럽지 못한 부분이 있었고, 게다가 한 건물에 일하는 공간과 생활하는 공간이 함께 있는 게 맞는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깊었죠. 그래서 다른 곳을 더 찾아봤지만, 마땅한 곳이 나타나지 않자 그냥 편하게 살자, 오가며 불필요하게 소요되는 시간도 줄일 겸 사무실 가까운 데서 살아보자는 결론에 이르렀어요.
가장 효율적인 공간을 선택하신 거군요.
저는 정작 제 집이나 사무실 인테리어는 못하는 사람이에요. 바쁜 일과 속에서 보다 근본적으로 공간이 어떻게 작동해야 좋을지 고심했어요. 여기가 지리적 위치가 좋아요. 현장들과 가까워서 이동이 편리하고요. 건축주들과의 주말 미팅도 훨씬 편해졌어요. 또 이렇게 시간을 아껴서 내 시간을 좀 더 가지려 했던 의도도 있어요. 불필요한 에너지를 덜 쓰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워요.
일과 쉼을 위한 공간이 붙어 있어 아쉬운 점은 없나요?
아쉬움까진 아닌데 집과 사무실의 경계가 모호해요. 집에 있다가도 일이 있으면 잠깐 내려가게 되고, 사무실에 있다가도 쉽게 집에 갈 수 있으니까요. 그러다 보니 하루 종일 건물 밖으로 한 발짝도 안 나갈 때가 있어요. 바깥 일정이 없거나 사무실에서만 미팅이 있을 때, 점심도 배달시켜 먹거나 퇴근 후 바로 집으로 향할 때는 하루가 순식간에 지나가 버리는 거 같아요. 예전에는 출퇴근 길에 운전하면서 다른 생각도 하고 바깥 풍경도 감상하곤 했는데 그런 여유는 좀 없어졌죠. 대신 일하는 시간과 집에서 휴식하는 시간은 많아졌어요.
많은 건축가들이 자기 공간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꾸미잖아요. 승호 님의 공간은 어때요?
성향에 따라 다른 거 같아요. 처음 독립할 때 사무실 인테리어에서부터 가구 하나하나까지 다 갖추고 시작하는 사람이 있지만, 저 같은 케이스는 집중할 수 있는 공간만 있으면 되죠. 그냥 일을 빨리 잘하는 게 중요하거든요. 제 사무실은 인테리어를 한 게 없어요. 제가 가진 가구와 소품을 그저 가져다 놓았을 뿐. 외부의 시선은 상관없어요. 저만 불편하지 않으면 되는 거 아닐까 싶어요.
예전엔 완벽해지고자 애썼는데 지금은 좀 느슨해졌어요. 외부의 시선보다 핵심을 가져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집과 사무실에도 그런 생각이 반영됐다고 할까요? 업무적으로는 누구보다 치밀하게 준비하고 실행하지만, 제 공간은 경직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 건축가의 해방일지
귀가 즐거운 LP 사운드🎶
집과 사무실에서 가장 좋아하는 공간은 어디인가요?
사무실의 미팅 공간이요. 공간이 크고 화려하거나 딱 정형화돼 있으면 사람들이 긴장해요. 근데 이 공간은 아담하면서도 중앙에 빈티지 테이블이 중심을 잡고 있어 아늑해요. 제 취향이 담긴 물건들도 가득하고요. 이 공간을 방문한 모든 사람이 좋아했어요. 편안함을 느끼고요. 지인들과 술 한잔하기에도 딱 맞아요.
전에는 술을 안 먹고 못 먹었어요. 아무래도 술 먹은 다음 날은 피로해서 집중이 떨어지기도 하니까요. 편안한 저만의 공간이 생기고 나서는 오히려 술 한 잔이 주는 위로를 알게 되었죠. 지금은 미팅 공간을 아지트 삼아 동료 건축가들을 만나 교류하고, 친구나 지인들과 모임도 하고, 인스타그램에 자주 올리니까 직접 보고 싶다는 사람들도 찾아오곤 해요. 이 미팅 공간은 사람들을 만나기도 하지만 저를 대변하는 곳이기도 해요. 그때그때 좋아한 것들을 하나씩 사서 놓다 보니 제 취향이 자연스럽게 드러난 곳이죠.
승호 님의 특별한 구석은 어디인가요?
집에 방이 세 갠데 LP만 모아둔 방이 있어요. 한쪽 벽면 전체를 LP로 채웠죠. LP를 수집하고 음악을 듣는 것이 유일한 취미이자 즐거움이거든요. 건축이라는 게 제가 좋아하는 일이지만 힘들고 스트레스가 쌓일 때가 있는데, 그럴 때 스트레스를 완화하고 해방감을 주는 게 바로 LP로 음악 듣기예요.
LP를 좋아하고 모은 지 약 5년 정도 됐어요. 제가 한번 빠지면 끝장을 보는 스타일이라 급속도로 빠져들었죠. 주말마다 LP 구하러 다니고 턴테이블, 오디오, 스피커 등 음향기기도 들였어요. 제가 오감 중 특히 청각에 민감한 사람인데, 같은 음원을 들어도 아날로그 방식의 녹음과 마스터링을 통해 만들어진 LP는 더 자연스럽고 풍부한 소리를 재생해 줘요. 게다가 제가 가진 빈티지 스피커나 앰프가 LP 시대 때 것이니까 모든 게 다 어우러지죠. 약간 과장해서 눈 감고 들으면 마치 콘서트장에 와 있는 거 같아요.
소장품 중 소개하고 싶은 아이템은 무엇인가요?
상당한 양의 전동 연필깎이와 수동 연필깎이를 갖고 있어요. 지난해에는 ‘약수터 플리마켓’에 참여해 전동 연필깎이를 팔았어요. 정리가 좀 필요했거든요. 그런데 1년이 지난 지금 당시 판매한 만큼의 다른 제품이 생겼네요. 실버 컬러의 수동 연필깎이는 독특한 모양이 마음이 들어 이베이에서 구입했어요.
사진 제공 @shee5_ava
혼자 가기 좋은 숨겨진 스폿이 있다면 알려 주세요.
이전 집이 있었던 신당동에서 황학동 벼룩시장이 가까워 주말마다 들러 구경하곤 했어요. 오래된 물건들에 특히 애착이 가요. 사연이 있고 스토리가 서린 물건들의 어떤 기운이 느껴진달까요. 백화점이나 일반 상점은 늘 비슷비슷한 물건들이 대부분인데, 황학동 벼룩시장은 하루하루가 달라요. 어떤 날은 한 개도 살 게 없다 가도 어떤 날은 맘에 드는 물건이 넘쳐나 고민이죠. 빈티지는 세월이 고스란히 묻어 있어요.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이야기를 품었죠. 그래서 유행을 타지 않고 세월이 흘러도 질리지 않는 거 같아요.
디지털 에디터 영은 | 글 연숙 | 사진 우경 | 영상 지희·연주
[1인가구 이승호 Lee Seung Ho] 출퇴근 시간조차 허투루 쓰기 싫었던 건축가, 이승호 1집러는 본인의 스튜디오가 있는 건물에 집을 마련해 효율적인 라이프스타일을 찾았어요. 건축가의 새집은 효율성과 개성, 취향을 모두 담고 있죠. 집과 사무실 모두 좋아하는 것들로 채웠을 뿐인데 아늑하면서도 빈티지한 분위기가 멋스러운 곳. 감각이 돋보이는 이승호 1집러의 공간으로 함께 들어가 볼까요?👀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건축사사무소 ‘STUDIO 승호(SS)’의 대표 이승호(@archiwangoao)입니다. 9년간 실무를 거쳐 스스로에게 전문성을 갖는 시간을 보낸 후, 2021년 제 이름을 내걸고 독립했어요. 다양한 프로젝트를 통해 저만의 디자인 접근법과 건축물의 타임리스적 가치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스튜디오와 자택이 한 건물에 공존하잖아요. 이 집을 선택한 이유가 있을까요?
독립 스튜디오를 차리면서 먼저 이 건물에 사무실을 얻었어요. 그러다 원래 살던 집 전세 계약이 끝나 새로운 집을 찾아야 했는데, 이 건물 다른 층의 빈 공간이 주인을 찾고 있는 게 생각났죠. 집의 상태나 인테리어 마감재 등 만족스럽지 못한 부분이 있었고, 게다가 한 건물에 일하는 공간과 생활하는 공간이 함께 있는 게 맞는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깊었죠. 그래서 다른 곳을 더 찾아봤지만, 마땅한 곳이 나타나지 않자 그냥 편하게 살자, 오가며 불필요하게 소요되는 시간도 줄일 겸 사무실 가까운 데서 살아보자는 결론에 이르렀어요.
가장 효율적인 공간을 선택하신 거군요.
저는 정작 제 집이나 사무실 인테리어는 못하는 사람이에요. 바쁜 일과 속에서 보다 근본적으로 공간이 어떻게 작동해야 좋을지 고심했어요. 여기가 지리적 위치가 좋아요. 현장들과 가까워서 이동이 편리하고요. 건축주들과의 주말 미팅도 훨씬 편해졌어요. 또 이렇게 시간을 아껴서 내 시간을 좀 더 가지려 했던 의도도 있어요. 불필요한 에너지를 덜 쓰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워요.
일과 쉼을 위한 공간이 붙어 있어 아쉬운 점은 없나요?
아쉬움까진 아닌데 집과 사무실의 경계가 모호해요. 집에 있다가도 일이 있으면 잠깐 내려가게 되고, 사무실에 있다가도 쉽게 집에 갈 수 있으니까요. 그러다 보니 하루 종일 건물 밖으로 한 발짝도 안 나갈 때가 있어요. 바깥 일정이 없거나 사무실에서만 미팅이 있을 때, 점심도 배달시켜 먹거나 퇴근 후 바로 집으로 향할 때는 하루가 순식간에 지나가 버리는 거 같아요. 예전에는 출퇴근 길에 운전하면서 다른 생각도 하고 바깥 풍경도 감상하곤 했는데 그런 여유는 좀 없어졌죠. 대신 일하는 시간과 집에서 휴식하는 시간은 많아졌어요.
많은 건축가들이 자기 공간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꾸미잖아요. 승호 님의 공간은 어때요?
성향에 따라 다른 거 같아요. 처음 독립할 때 사무실 인테리어에서부터 가구 하나하나까지 다 갖추고 시작하는 사람이 있지만, 저 같은 케이스는 집중할 수 있는 공간만 있으면 되죠. 그냥 일을 빨리 잘하는 게 중요하거든요. 제 사무실은 인테리어를 한 게 없어요. 제가 가진 가구와 소품을 그저 가져다 놓았을 뿐. 외부의 시선은 상관없어요. 저만 불편하지 않으면 되는 거 아닐까 싶어요.
예전엔 완벽해지고자 애썼는데 지금은 좀 느슨해졌어요. 외부의 시선보다 핵심을 가져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집과 사무실에도 그런 생각이 반영됐다고 할까요? 업무적으로는 누구보다 치밀하게 준비하고 실행하지만, 제 공간은 경직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 건축가의 해방일지
귀가 즐거운 LP 사운드🎶
집과 사무실에서 가장 좋아하는 공간은 어디인가요?
사무실의 미팅 공간이요. 공간이 크고 화려하거나 딱 정형화돼 있으면 사람들이 긴장해요. 근데 이 공간은 아담하면서도 중앙에 빈티지 테이블이 중심을 잡고 있어 아늑해요. 제 취향이 담긴 물건들도 가득하고요. 이 공간을 방문한 모든 사람이 좋아했어요. 편안함을 느끼고요. 지인들과 술 한잔하기에도 딱 맞아요.
전에는 술을 안 먹고 못 먹었어요. 아무래도 술 먹은 다음 날은 피로해서 집중이 떨어지기도 하니까요. 편안한 저만의 공간이 생기고 나서는 오히려 술 한 잔이 주는 위로를 알게 되었죠. 지금은 미팅 공간을 아지트 삼아 동료 건축가들을 만나 교류하고, 친구나 지인들과 모임도 하고, 인스타그램에 자주 올리니까 직접 보고 싶다는 사람들도 찾아오곤 해요. 이 미팅 공간은 사람들을 만나기도 하지만 저를 대변하는 곳이기도 해요. 그때그때 좋아한 것들을 하나씩 사서 놓다 보니 제 취향이 자연스럽게 드러난 곳이죠.
승호 님의 특별한 구석은 어디인가요?
집에 방이 세 갠데 LP만 모아둔 방이 있어요. 한쪽 벽면 전체를 LP로 채웠죠. LP를 수집하고 음악을 듣는 것이 유일한 취미이자 즐거움이거든요. 건축이라는 게 제가 좋아하는 일이지만 힘들고 스트레스가 쌓일 때가 있는데, 그럴 때 스트레스를 완화하고 해방감을 주는 게 바로 LP로 음악 듣기예요.
LP를 좋아하고 모은 지 약 5년 정도 됐어요. 제가 한번 빠지면 끝장을 보는 스타일이라 급속도로 빠져들었죠. 주말마다 LP 구하러 다니고 턴테이블, 오디오, 스피커 등 음향기기도 들였어요. 제가 오감 중 특히 청각에 민감한 사람인데, 같은 음원을 들어도 아날로그 방식의 녹음과 마스터링을 통해 만들어진 LP는 더 자연스럽고 풍부한 소리를 재생해 줘요. 게다가 제가 가진 빈티지 스피커나 앰프가 LP 시대 때 것이니까 모든 게 다 어우러지죠. 약간 과장해서 눈 감고 들으면 마치 콘서트장에 와 있는 거 같아요.
소장품 중 소개하고 싶은 아이템은 무엇인가요?
상당한 양의 전동 연필깎이와 수동 연필깎이를 갖고 있어요. 지난해에는 ‘약수터 플리마켓’에 참여해 전동 연필깎이를 팔았어요. 정리가 좀 필요했거든요. 그런데 1년이 지난 지금 당시 판매한 만큼의 다른 제품이 생겼네요. 실버 컬러의 수동 연필깎이는 독특한 모양이 마음이 들어 이베이에서 구입했어요.
사진 제공 @shee5_ava
혼자 가기 좋은 숨겨진 스폿이 있다면 알려 주세요.
이전 집이 있었던 신당동에서 황학동 벼룩시장이 가까워 주말마다 들러 구경하곤 했어요. 오래된 물건들에 특히 애착이 가요. 사연이 있고 스토리가 서린 물건들의 어떤 기운이 느껴진달까요. 백화점이나 일반 상점은 늘 비슷비슷한 물건들이 대부분인데, 황학동 벼룩시장은 하루하루가 달라요. 어떤 날은 한 개도 살 게 없다 가도 어떤 날은 맘에 드는 물건이 넘쳐나 고민이죠. 빈티지는 세월이 고스란히 묻어 있어요.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이야기를 품었죠. 그래서 유행을 타지 않고 세월이 흘러도 질리지 않는 거 같아요.
디지털 에디터 영은 | 글 연숙 | 사진 우경 | 영상 지희·연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