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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원색의 향연, 카르노브스키 전

오늘 소개하는 전은 지난 해 11월 명동 롯데백화점 애비뉴엘과 잠실 월드타워 에비뉴엘에서 열렸으니, 대단한 뒷북 전시 소개 콘텐츠다. 그러나 이번 달 27일까지 롯데백화점 청량리점에서 다시 한번 열리고 있으니, 잉여로운 시간이 있다면 전시를 관람하며 그 시간을 아름다움으로 물들여보자.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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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르노브스키의 작품 ‘랜드스케이프Landscape.’ ©D3
〈Wild Wild World: Carnovsky〉전은 디자인과 예술, 디자인과 과학의 경계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하는 부부 디자이너 카르노브스키의 전시다. 빛의 삼원색에 따라 색다른 이미지의 레이어를 선보이는 RGB 시리즈로 잘 알려진 이들의 작업은 강렬한 그래픽 이미지를 담은 인쇄물이 조명과 결합하여 놀라운 효과를 자아낸다. 파장이 가장 긴 빨강(R)에서 녹색(G), 파랑(B)으로 필터를 바꿔가며 보면 매번 다른 이미지가 나타난다. 이미지가 달라지면서 관람객은 카르노브스키가 그 대상에서 느끼는 감성적이고 심리적인 시선을 볼 수 있다. 구체적인 이야기를 그림 속에 표현하는 고전 프레스코화에서 영감을 받은 이들은 컨템퍼러리한 이미지 속에도 이야기의 층을 입힐 수 있는 방법을 그래픽과 조명을 통해 고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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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르노브스키의 대표작 중 하나인 아니말리아 설치 작업을 바라보는 프란체스코 루지의 모습. 전시장의 설치물은 RGB 필터에 따라 각각 다른 이미지가 드러난다. ©D3
카르노브스키는 인간, 동물, 식물, 풍경 등 세계의 자연을 주제로 과학과 예술이 결합된 이미지를 펼치고 있다. 특히 이들은 16세기부터 18세기에 이르는 자연과 탐험 책에서 보이는 디테일과 색상, 텍스처, 역사적인 이야기에 주목한다. 그 결과로 보여주는 표면의 이미지는 아름다운 동시에 그 본질에 다가설수록 그 속에 내재하는 거칠고도 강렬한 신비로움과 뜨거운 에너지를 느끼게 한다. 이는 곧 인간이 갖고 있는 실험, 탐험, 새로운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열망의 본질적인 에너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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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디자이너 그룹, 카르노브스키. 실비아 퀸타닐라(왼쪽)와 프란체스코 루지. ©D3
카르노브스키의 시작은 거창하지 않았다. 학교를 졸업한 이후 각각 대학교와 디자인 스튜디오에서 다양한 경력을 쌓으며 노력했지만 당시 경기 침체가 심각했던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이 재능 있는 신진 디자이너들에게 원하는 취업 자리도, 좋아하는 일에 뛰어들 기회도 좀처럼 주어지지 않았다. 각자 커리어를 쌓아가던 중에도 저녁에 집으로 돌아오면 이들은 고단하고 갑갑한 업무와 별개로 자신들이 좋아하는 디자인 실험을 함께 해나갔다. 종이 인쇄물을 조명과 접목시켜 공간에 특별한 효과를 내는 아이디어는 큰 비용이 들지 않았고 신선하고 즐거운 놀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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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마스코 No.6 블랙 인쇄 작업. ©D3
당시 도무스 아카데미의 동문 전시에서 각 동물별로 50cm 폭의 정육면체 큐브에 각자의 개성이 담긴 작품을 설치하는 기획전 〈서프라이즈Surprise〉에 참여할 기회가 주어졌다. 이들은 그간 연구한 아이디어를 담아 빨간색 사진용 젤 필터를 감싼 조명과 벽지를 접목시켜 조명에 따라 전혀 다른 이미지가 드러나는 작품을 선보였다. 바로 대표작 RGB 시리즈의 시작이었다. 동기들에게 호평받았지만 이 작은 전시를 크게 주목하는 이는 없었다. 하지만 여기서 멈추지 않고 아이디어를 계속 실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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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밀라노 국제가구박람회 기간에 선보인 미쏘니와의 컬래버레이션으로 2014 F/W 컬렉션을 선보인 미쏘니 지그재깅Missoni Zigzagging 런웨이 무대 설치 작업. ©D3
그 즈음 그룹 이름 카르노브스키가 탄생했다. 부부가 좋아하는 미국 현대 문학의 거장 필립 로스의 소설 <주커먼 언바운드Zuckerman Unbound>에서 카르노브스키는 이 소설 주인공의 페르소나이자 필립 로스의 페르소나였다. 작품이 지닌 연속적인 거울 효과도 관심의 대상이었지만 작가의 큰 성공을 상징하는 이 이름이 자신들의 앞날에 행운을 안겨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서 그룹 이름으로 정했다. 이후 2010년 처음 소개한 RGB 시리즈는 이들을 스타 디자이너 대열에 올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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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에 패턴으로 작품을 접목시킨 제품. 카르노브스키 자체 제작 스카프와 아디다스 협업 운동화. ©D3
현재 이들은 브랜드와의 협업, 전시는 물론 여러 작가들과 함께 어린이 교육용 RGB 책 시리즈도 출간하면서 큰 반향을 얻고 있다. 카르노브스키는 과도기적인 디자인계에서 자신만의 길을 스스로 창직創職한 롤모델이기도 하다. 이들은 그 무위의 시간에 대해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것을 찾고 결과물을 만들어내기까지 실험하는 시간을 오래 가져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카르노브스키의 전시에서 작품뿐만 아니라 결과물을 얻기까지 쏟아부은 에너지 또한 느낄 수 있으리라 믿는다.

카르노브스키 밀라노에서 활동하는 실비아 퀸타닐라Silvia Quintanilla(1979년생)와 프란체스코 루지Francesco Rugi(1977년생)가 결성한 디자이너 그룹. 2004년 밀라노 도무스 아카데미 디자인 석사 과정에서 만난 이들은 16~18세기 판화 도감에서 영감을 받은 RGB 시리즈로 2010년 크게 주목받았다. 2012년에는 <월페이퍼>가 주목할 만한 디자이너에게 수여하는 베스트 월페이퍼 상을 받았다. 이후 미쏘니, 아우디, 아디다스, 리나셴테 백화점, 프랭탕 백화점, 딥티크 등의 브랜드와 협업했고 피노 갤러리, 쿠퍼 휴잇 디자인 박물관, 스미스소니언 미술관 등에서 작품을 선보였다.
carnovsk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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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미영
출처 월간디자인 1월호

월간 디자인
43년째 디자인을 기록 중 
Updated  2019-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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