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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건물의 다이얼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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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건물의 다이얼로그

김중업의 건축 유산

올해는 한국 현대건축의 선구자로 손꼽히는 김중업의 타계 30주기. 르 코르뷔지에의 유일한 한국인 제자이자 주한 프랑스대사관저, 삼일빌딩 등을 설계한 주역으로 잘 알려진 그의 대표작과 건축 세계를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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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건축사에서 중요한 건물로 손꼽히는 주한 프랑스대사관저. 관저와 대사관, 예술관 총 3개 건물이 유려하게 조화를 이루는 철근 콘크리트 구조물이다. 김중업 건축가는 이 건물에 대해 “한국의 얼이 담긴 건물을 꾸미기 위해 애썼고, 프랑스다운 엘레강스를 나타내려고 했다. 나의 작품 세계에 하나의 길잡이가 된 건물”이라고 언급했다.
파리 라 빌레트 건축학교를 졸업한 후 조호 건축사사무소를 이끌어온 이정훈 건축가는 주한 프랑스대사관저에 대해 “완공한 지 5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아름답고, 모던하며, 힘이 넘치는 건물”이라며 “여러 개의 열주가 거대한 평지붕을 떠받치는 구조로 곡선과 직선의 조화, 입체적이면서도 간결한 조형미, 노출 콘크리트로 지었는데도 사뿐히 날아오를 것처럼 가벼운 느낌의 지붕이 무척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50년의 세월 동안 수차례의 보수와 증축을 거친 주한 프랑스대사관저는 2016년, 본관과 사무동을 초기 모습으로 복원하고 타워동과 갤러리동을 신축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프랑스 건축사무소 사티와 한국의 매스스터디 건축사무소가 리모델링을 도맡아 건물의 과거와 현재를 잇는 작업에 한창이다.
주한 프랑스대사관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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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9년 완공한 유유제약 안양공장은 김중업의 초기 작품이자 그가 설계한 공장 중 유일하게 남아 있는 건물. 2007년 안양시에서 매입한 후 현재는 김중업건축박물관으로 운영되고 있다.
공장 외관에 박종배 작가의 조각을 접목한 독특한 구조가 특징. 출입문, 손잡이, 조각품 배치 등 세밀한 부분까지 손수 디자인한 섬세함이 돋보인다. 건축을 일종의 문화로 규정하고 동시대의 여러 아티스트와 교류하며 다양한 건축적 시도와 예술적 실험을 이끌었던 김중업의 면모를 확인할 수 있다.
김중업건축박물관의 고은미 학예연구사는 “이곳은 제약회사 유유산업의 공장을 리모델링한 복합 문화 공간”이라며 “건축을 예술의 경지로 승화시킨 김중업의 투철한 작가 의식과 예술관에서 비롯된 건축적 사고와 작품을 만날 수 있다”고 밝혔다.
김중업건축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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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올림픽을 기념하기 위해 세운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의 철골 콘크리트 건물. 1986년 건물을 설계한 후 완공된 모습을 보지 못한 채 1988년 세상을 떠난 김중업의 유작이기도 하다.
한국의 전통적인 ‘문’ 개념을 현대적으로 풀어낸 작품으로 세계 평화를 염원하는 다채로운 예술을 곳곳에 담았다. 지붕 아래 단청에는 판화가이자 그래픽 디자이너인 백금남의 고구려 사신도를 새겨 넣었고, 앞마당에는 설치미술가 이승택의 탈을 얹은 열주列柱를 길게 나열했다.
건축그룹 칸의 곽재환 대표는 “선생님은 항상 고구려의 강력한 기상과 호연지기, 우리 민족의 샤머니즘에 내재된 원류를 강조하셨다”며 “올림픽 세계평화의 문은 그것들을 구현한 결과로, 순수예술의 여러 장르를 통합해 완성한 거대한 예술 작품”이라고 설명한다.
세계평화의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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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업은 주한 프랑스대사관, 삼일빌딩, 여러 대학 건물 등 굵직한 작품 외에도 여러 채의 단독주택을 남겼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1979년 설계 해 1980년 완공한 한남동 이씨 주택. 원형과 타원형의 매스, 부드럽게 흘러내리는 곡면 지붕이 아늑하면서도 생동감을 주는 건물로, 현재는 멸실됐지만 여전히 김중업을 대표하는 주택 작업으로 손꼽힌다.
김중업은 “둥근 공간이란 더없이 풍부한 것, 한강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위치에 초가집에서 느끼는 부드러움을 옮겨 담았다”고 설명했다.
한양대학교 건축학부 정인하 교수는 김중업이 설계한 주택의 공통적인 특징에 대해 다음과 같이 해석한다. “그의 주택은 공간적인 측면에서 자라는 동안 직접 경험한 집의 ‘따뜻한 풍경’을 모티프로 한다. 공간의 크기, 방과 방 사이의 연결 등이 모두 이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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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태양의 집은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의 쇼핑센터로 지어진 건물이다. 현재는 ‘썬프라자’라는 이름의 상업 시설로 운영되고 있다. 원형 모티프, 램프, 곡면 등 김중업의 건축 언어를 총망라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로 평가받고 있다.
김중업 건축가의 수석 제자로 잘 알려진 건축그룹 칸의 곽재환 대표는 건물의 건축적 특징에 대해 다음처럼 설명한다. “태양의 집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램프’다. 지금은 엘리베이터가 일반화됐지만 당시만 해도 보편적이지 않았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도록 배치한 시설인데, 이 부분이 시각적으로 굉장히 강렬한 인상을 준다. 벽과 창문은 루이스 칸Louis Kahn의 건축에서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붉은 벽돌의 디테일과 창의 형상 등이 실내 공간을 구성하는 곡선과 대비를 이루며 강한 조형적 메시지를 전한다. 이런 요소들이 지나가는 사람들로 하여금 가까이 다가가고 싶게 만드는 건축적 몸짓으로 작용한다고 생각된다.”
태양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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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서울 종로 청계천에 높이 110m, 31층 규모의 건물이 들어섰다. 당시 국내에서 가장 높은 빌딩으로 지어진 삼일빌딩은 장식을 최대한 배제하고 검은색 철과 착색 유리만을 소재로 활용한 미니멀한 검정 외관으로 화제가 됐다. 고층 빌딩의 시대가 열린 1980년대 이전까지 서울의 마천루를 책임지는 독보적인 존재였으며, 현재까지도 한국 현대건축을 대변하는 상징이자 종로의 랜드마크로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정다영 학예연구사는 “1970~1990년대 고층 건물 대다수가 외국 건축가에 의해 지어진 것과 달리, 삼일빌딩은 기본 설계부터 완공까지 한국 건축가인 김중업이 총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당초 계획은 140m 높이였으나 풍압으로 인해 설계가 변경되며 층간 두께를 매우 얇게 처리해 더욱 날렵하고 아름다운 비례가 도출됐다. 김중업 오피스 빌딩 중 최고의 수작이라 할 만하다”고 설명한다.
삼일빌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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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에디터 최선아 디자이너 윤성민
김수진
출처 럭셔리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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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치가 아닌, 가치에 대한 이야기 
Updated  2018-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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