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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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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의 맛

한 걸음 더 가까워진 음식

지난 4월, 남북정상회담 만찬에서 선보인 옥류관의 평양냉면은 두 정상의 만남 못지않게 화제를 모았다. 평양냉면의 원조를 보며 수많은 미식가가 침을 삼켰으리라. 언젠가는 서로의 음식을 함께 먹으며 웃는 날이 오지 않을까. 그 바람을 담아 통일된 한반도의 일상을 꿈꾸는 아티스트 그룹 ‘코리어’의 그림과 함께 평양의 일상이 담긴 여덟 가지 음식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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밍밍한 맛과 맹물 같다며 호불호가 갈리지만 평양냉면의 정수는 슴슴한 국물과 툭툭 끊길 듯 부드러운 면발에 있다. 실제로 평양에서는 소의 뼈와 내장을 푹 고아 만든 맑고 투명한 육수에 동치미 국물을 섞는다. 메밀가루를 반죽해 국수분틀에 눌러 국수오리(면발을 의미하는 북한어)를 만들어 끓는 물에 익혀 차가운 육수에 말아 쇠고기와 무채, 오이, 달걀을 고명으로 올린다. 그 맛이 담박하고 시원하며 감칠맛이 뛰어나다. 식초와 겨자의 새콤한 맛이 더해져야 비로소 평양냉면의 진수를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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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부터 평안도 사람들은 주로 녹두 농사를 지었는데, 이를 맷돌에 갈아 전으로 부쳐 먹곤 했다. 한국전쟁 이후 주체 농법(주체사상에 근거해 식량 자급을 목표로 하는 농법)과 식량 배급으로 녹두 같은 기호 작물이 사라졌고, 일반인이 구하기 어려운 귀한 식재료가 됐다. 오로지 음식점에서만 녹두지짐을 팔았는데, 한 사람당 먹을 수 있는 개수를 제한해 인기가 높았단다. 평양식 녹두지짐은 뜨겁게 달군 팬에 녹두 반죽을 올리고 편육과 배추김치를 한 점씩 얹어 돼지비계로 노릇하게 지지는 것이 특징. 고사리와 숙주나물을 썰어 함께 부치기도 한다. 기름 맛이 배어들어 고소하고, 보슬보슬한 식감이 좋다. 평양에서는 갓 지진 녹두지짐에 인절미를 얹어 먹는 것이 별미! 뜨거운 열기에 떡이 녹아내려 눅진하면서 그 맛이 기가 막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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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안도 지방에서 추석 별미로 먹던 노치(차조나 찹쌀 따위를 엿기름에 삭혀 지진 떡인 노티의 북한어)는 잊혀가는 북한의 향토 음식 중 하나다. 떡을 삭혀서 지졌기 때문에 쉬지 않는 것이 특징으로 가을에 만들어 저장해두고 먹는다. 찹쌀가루에 찰기장이나 차조를 섞어 찐 후 보자기에 넣어 따뜻한 곳에서 3~5시간 동안 삭힌다. 표면에 물기가 생기면 꺼내 동글납작하게 빚어 약한 불에서 노릇노릇하게 지진 후 뜨거울 때 조청에 담가 바로 꺼낸다. 쫄깃쫄깃한 식감이 좋고 단맛이 나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간식거리다. 막걸리처럼 시큼한 향이 나면서 조청의 단내로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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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복하게 담은 흰쌀밥 위에 녹두지짐, 삶아서 양념에 무친 닭고기, 표고버섯, 숙주나물 등을 올리고 맑은 닭 육수를 부어 먹는 평양온반. 얼핏 보면 우리가 즐겨 먹는 닭곰탕과 닮아 보인다. 예부터 평양에서는 결혼식이나 귀한 손님을 대접할 때 빠지지 않는 음식 중 하나였다. 그 유래도 꽤 재미있다. 추운 겨울 처녀 의경이 억울하게 옥살이를 하게 된 연인 형달을 지극정성으로 돌봤는데, 밥 위에 지짐을 얹고 뜨거운 국을 부어 치마폭에 감싸 가져다준 것이 평양온반의 시초라는 것. 그 후 평양에서는 의경과 형달처럼 뜨겁게 사랑하며 살라는 의미를 담아 온반을 만들어 결혼식 상에 올렸다. 닭고기를 푹 고아 육수를 만든 뒤 간장과 소금으로만 간해 맛이 담백하다. 녹두지짐이 고소한 풍미를 더해주는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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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칫날 남한에서 국수를 즐겨 먹었다면, 북한에서는 만둣국을 먹었다. 만두는 특히 평안북도 지방에서 흔히 먹던 음식인데, 국경이 맞닿은 중국에서 전래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먼저 으깬 두부와 데쳐서 잘게 썬 숙주나물, 간 돼지고기에 소금과 후춧가루, 깨소금, 참기름 등을 넣고 섞어 만두소를 만든다. 얇게 편 밀가루 반죽 위에 소를 올리고 반달 모양으로 빚는다. 겨울에는 한가득 빚어 얼려두었다가 국으로 끓여 먹는다. 여기에 달걀을 풀어 넣으면 국물이 걸쭉해지면서 속을 편안하고 따뜻하게 감싸준다. 고춧가루 없이 백하젓을 사용해 맛이 담백하고, 뽀얀 젖빛이 나는 평양백김치를 곁들이면 품격있는 손님상으로 더할 나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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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에서 주는 배급에 의존하는 일반 주민에게 떡과 사탕은 명절에나 먹어보는 귀한 음식이다. 둥이네 통일가게의 홍은혜 대표는 2006년 남한으로 건너와 탈북자들과 함께 북한식 과자를 만들고 있다. 대표 제품이 바로 손가락과자다. 투박한 손가락 모양을 닮았다고 해서 이름 붙인 이 과자는 밀가루 반죽을 오븐에 구운 뒤 설탕 고물을 묻힌다. 눅눅한 건빵 같은 식감이 독특하고 표면이 매우 달다. 퍼석한 식감과 달리 고소한 맛이 나는 콩가루 사각 과자와 분유 맛과 비슷한 우유 사각 과자를 보면 1970년대로 회귀하는 기분마저 든다. 달콤한 커피나 따뜻한 우유에 곁들여 이색 별미로 즐겨봐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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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재료가 섞여 본래의 맛과 새로운 맛이 조화를 이루는 비빔밥이야말로 우리 민족이 중히 여기는 회통會通의 가치가 드러나는 음식이다. 북한에도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지역별 비빔밥이 존재한다. 19세기 중반 이규경이 편찬한 <오주연문장전산고>에는 평양비빔밥이 가장 맛있다고 기록되어 있다. 이미 조선시대부터 내로라하는 별미 중 하나로 명성을 떨쳐왔다. 평양비빔밥은 쇠고기볶음과 숙주나물, 미나리를 기본으로 고사리와 도라지, 표고버섯을 넣고 고추장에 비벼 먹는다. 주로 고급 재료를 사용해 서민에겐 특별한 날에만 먹는 별미나 다름없었다. 요즘 북한에는 쇠고기가 흔하지 않아 돼지고기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비계를 제거하고 살코기만 사용해 갖은양념을 한 뒤 볶아 고명으로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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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복쟁반은 평양의 상가商街에서 생겨나 발달한 음식으로 알려져 있다. 빙 둘러앉아 어복쟁반 한 그릇을 같이 먹으면 서로 긴장감이 풀려 흥정도 쉽게 이루어진다는 것. ‘어복살’은 암소의 뱃살을 뜻하는 말로, 어복쟁반은 연한 살코기를 삶아 얇게 편으로 썰어 배추, 미나리, 당근, 양파, 달걀과 함께 담아내는 음식이다. 술안주로도 인기가 높은데, 신선로 같은 놋그릇에 담아 즉석에서 끓여 전골처럼 즐기거나, 쟁반 가운데 양념한 메밀국수를 놓고 김치, 고기 국물을 더해 국수처럼 먹어도 맛있다. 현재 능라밥상에서는 전골 형태의 어복쟁반을 선보인다. 따뜻하게 끓여 달큼한 간장 소스에 고기와 채소를 찍어 먹고 당면을 말아 먹으면 그 맛이 가히 일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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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에디터 최선아 디자이너 윤성민
김혜민
출처 행복이가득한집 8월호

행복이가득한집
생활을 디자인할 때 더 커지는 행복 
Updated  2018-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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