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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없이 판타스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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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없이 판타스틱!

플라스틱, 대체할 수 있을까? (1)

“나는 플라스틱을 사랑합니다. 나는 플라스틱처럼 되고 싶어요.” 앤디 워홀은 말했다. 그에게 플라스틱은 ABS라기보다 LA였고 할리우드였으며, 무엇이든 될 수 있는, 동시대 자유로움의 상징이었다. 그리고 2018년, 그 자유분방함에 과도하게 길들여진 우리는 꼭 필요한 만큼이 무엇인지 정의 내리지 않으면 안 되는 시기를 맞이했다. 이는 곧 일상 속 물건뿐 아니라 사람들의 행동 양식을 디자인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시급한 물음이자 도전으로 다가왔다.
일상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플라스틱 컵, 플라스틱 백, 택배 박스 등을 우리는 과연 대체할 수 있을까? 그 해답을 남들보다 조금 더 빨리, 더 멀리 내다본 스타트업을 통해 들여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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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은 머지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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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파리 기후변화협약에서 전 세계 195개국은 2100년까지 지구 온도 상승 폭을 1.5~2°C로 유지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2017년 6월에 실린 기고문* ‘지구를 지킬 수 있는 남은 3년’에서 전문가들은 현재의 탄소 배출량 증가 추세로는 4년 안에 2100년까지 나누어 배출해야 할 탄소양을 모두 배출해버릴 것이라며, 2020년까지 에너지, 인프라, 운송 수단, 토지 이용, 산업계, 금융계가 어떤 변화를 감내해야 하는지 설명했다. 그들이 발족한 미션 2020 캠페인에 따르면, 2년 반 이내에 전 세계 모든 전기 공급량의 30%를 재생 가능한 에너지로 조달해야 하고, 2050년까지 모든 건물과 인프라가 탄소 제거를 하기 위한 액션 플랜을 수립해야 하며, 신차 판매의 15% 이상은 전기차여야 한다. 이 계획에서 막중한 역할을 할 글로벌 기업들은 어떤 목표와 각오를 공언했을까.
* ‘Three years to safeguard our climate’, 2017. 6.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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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stic Cup
마실 것 다 마시면 사라지는 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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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운 여름날 얼음이 들어간 음료와 아이스크림을 죄책감 없이 즐길 ‘환경적으로 올바른’ 컵은 무엇일까? 2014년에 시작한 뉴욕의 스타트업 롤리웨어Loliware는 ‘사라지도록 만든 컵Designed to Disappear’이라고 답한다. 공동 창업자 첼시 브리간티Chelsea Briganti와 리 앤 터커 Leigh Ann Tucker는 뉴욕 파슨스 디자인 대학교에서 산업 디자인을 공부하다 만난 사이. 이들은 2015년 10월에 방영된 미국의 창업 투자 서바이벌 리얼리티 TV 쇼에 출연해서 생분해되는 제품을 제안해 심사위원으로 출연한 억만장자 사업가 마크 큐번Mark Cuban에게 60만 달러를 투자받으며 화제를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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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리웨어의 먹을 수 있는 컵
방송이 나간 후 네덜란드의 세계적인 식품 기업 DSM과 파트너십을 맺은 지 6개월 만에, 먹을 수 있는 맛있는 컵 롤리비타Lolivita가 탄생했다. 주원료는 유기농 사탕수수, 유기농 타피오카 시럽, 정제수, 흔히 한천이라고 부르는 해조류이고 여기에 유자, 체리, 바닐라, 녹차 추출물을 더해 다양한 색과 맛을 낸다. 24시간가량 적어도 상온 수준의 음료를 담을 수 있고, 사용하고 남은 컵을 흙 속에 두면 60일 안에 자연 분해된다. 가격은 컵 4개에 16달러 정도. 같은 재료로 새롭게 론칭하는 빨대 롤리스트로Lolistraw는 현재 인디고고에서 선주문 펀딩을 받고 있으며 앞으로도 DSM사와 지속적인 협업을 통해 비타민 컵, 단백질 컵 등의 ‘영양 컵’ 라인을 선보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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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리웨어의 먹을 수 있는 빨대
한편 지난해 10월 몰타에서는 순환 경제를 촉진하기 위해 2010년에 설립한 영국의 엘렌 맥아더 재단The Ellen MacArthur Foundation이 주최한 국제 순환 디자인 공모전Circular Design Challenge이 열렸다. 전 세계 60개국 600여 참가 팀 중 아시아에서는 단 한 팀이 참여했다. 바로 최종 6팀의 우승 팀 중 하나인 에보웨어Evoware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를 기반으로 한 에보웨어는 2016월 2월 1992년생의 젊은 창업가 데이비드 크리스천David Christian이 생명공학, 대량생산, 엔지니어링 디자인, 금융에 각각 특화된 4명의 전문가와 함께 설립한 기업으로, 분해 가능한 플라스틱 포장지를 생산해 주로 B2B로 판매한다.
설립한 지 두 달 만에 첫 제품으로 역시 해조류로 만든 파티용 1회용 컵 엘로 젤로 Ello Jello를 선보였고, 지난해 9월에는 해조류로 만든 생분해성 포장지로 해당 부문에서 세계 최초로 특허를 취득했다. 엘로 젤로 컵은 끓는 물을 넣어도 하루 종일 그 형태를 보존할 수 있는 상태까지 기술력을 갖춘 상태로 비슷한 원리의 제품 가운데 실용성이 두드러진다. (물론 해초류의 맛이 우러나는 부분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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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버거, 커피 믹스, 인스턴트 라면 스프 등의 패키지에 사용된 에보웨어의 바이오플라스틱 포장지
자카르타에서 태어난 데이비드는 캐나다 밴쿠버에서 국제 경영을 공부한 뒤 고국으로 돌아가 두 가지 문제점을 마주했다. 전 세계에서 플라스틱 폐기물 생산량이 두 번째로 많은 나라라는 오명과 불합리한 유통 마진으로 생계를 위협받는 가난한 해안 마을의 어부들이었다. 크리스천은 어부들에게 질 좋은 해조류를 양식하는 법을 전파한 뒤 어부들이 재배한 해조류를 사들여 재가공하는 공생의 비즈니스 모델을 고안해냈다. 인도네시아 내 플라스틱 폐기물의 70%가 음식 관련 패키지라는 사실을 감안해 햄버거, 일회용 라면 스프, 커피 믹스 등의 식품 포장에 주력하고 있다. 에보웨어는 현재 230여 개 회사의 요청으로 샘플을 발송했으며 이 중 80%가 해외 고객이다.
크리스천은 “사람들에게 심각한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려면 가장 재미있는 디자인으로 이를 전달해야 한다”며 형형색색의 파티용 컵 엘로 젤로로 사업을 시작한 이유를 말했다. 그는 이제까지 너무나 당연했던 제품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불러일으킬 준비에 들떠 있다. “소비자들이 플라스틱 말고는 다른 선택을 할 수 없다는 것이 제가 반드시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예요. 이는 플라스틱을 생산하지 않으려는 생산자와 플라스틱 제품을 구매하지 않으려는 소비자 모두의 노력이 있어야만 해결할 수 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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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stic Bag
새로 산 물건보다 더 자랑하고 싶은 봉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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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브랜드에서 쇼핑한다는 것은 그 브랜드 로고가 적힌 쇼핑백을 가볍게 흔들며 가게 문을 기분 좋게 나서는 순간까지를 포함해 돈을 지불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핀란드의 신소재 회사 팝티크Paptic는 소비자들의 이 기분을 더욱 지속 가능하게 할 친환경 소재 개발 스타트업이다. 회사명과 똑같은 소재명 팝티크는 종이처럼 생겼지만 견고함은 플라스틱에 가깝다. 핀란드산 청정 목섬유를 가공해 최대 85%까지 자연 생분해가 가능하며, 열로 봉합할 수 있고 잡아당기면 20%까지 늘어나는 탄력성으로 플라스틱을 대체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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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봄, EU 의회가 플라스틱 봉지 사용을 규제하겠다는 계획을 공표했을 때, 팝티크라는 새로운 소재 브랜드의 이야기도 시작됐다. “무조건 가장 먼저 그 시장을 선점해야겠다는 생각으로 급히 뛰어들었습니다. 무수한 기회의 문이 열려 있는 게 보였으니까요. 이제까지만 해도 기업들끼리만 지속 가능성을 신경 쓰는 정도였는데, 어느 순간 소비자들이 기업이 실제로 어떤 행동을 하고 있는지를 궁금해하는 시대가 왔습니다.” 공동 창업자 에사 토르니아이넨Esa Torniainen이 말했다. 그렇게 2015년 4월, 팝티크는 3명의 공동 창업자가 일하던 VTT의 스핀오프 스타트업으로 시작됐다. VTT(Technical Research Centre of Finland)는 2500여 명 규모의 연구원을 보유해 북유럽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국책 연구 기관이다.
산림업과 제지 산업에 오랜 경험이 있는 이 기관은 우선 소재의 형태를 납작한 종이처럼 뽑아내는 방법을 택했다. 종이 수요의 감소로 일감이 끊긴 인쇄 공장을 섭외해 제조에 추가적인 시설 투자 비용이 들지 않았다. 현재 팝티크는 소비재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내기 위해 쇼핑백이나 제품의 패키지 분야에 주력하고 있다. 리테일 숍에서 사용하는 팝티크 봉지의 가격대는 고급 종이 봉투 정도로 포지셔닝했다. ‘의식 있는 소비’가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으며 단순한 대체제가 아니라 하나의 소재 브랜드로 다가가려는 일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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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티크는 ‘트렌드에 민감한 소비자라면 앞으로 일반 쇼핑백보다 팝티크 로고가 박힌 쇼핑백을 더 선호하게 될 것’이라 말했다. 2016년 5월 핀란드의 대형 패션 브랜드 세펠레Sepp¨l a ¨가 a 종이봉투를 팝티크로 교환했고 이어 H&M, 레고, 더바디샵과도 부분적인 협업을 진행 중이다. 2017년 2월 핀란드의 경제 매거진 는 팝티크를 핀란드의 톱 10 스타트업으로 소개했고, 5월에는 독일의 생물학 연구 기관 노바 인스티튜드Nova Institute가 ‘2017년에 주목할 바이오 소재’로 팝티크를 꼽았다. 팝티크는 장기적으로 봉지보다 소재를 롤 형태로 판매하는 비즈니스를 바라보고 있다. ‘핀란드에서 한창 회자되는 바이오 이코노미는 새로운 바이오 기반의 제품이 기존의 논바이오 제품을 대체할 때만 의미가 있습니다. 기존의 플라스틱 소재보다 더욱 견고한 성능 또한 필수적일 테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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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에디터 최선아
김은아
출처 월간디자인 8월호

월간 디자인
40년째 디자인을 기록 중 
Updated  2018-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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