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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아직 안 먹어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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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아직 안 먹어봤어요?

푸드 트렌드 6

바야흐로 꼬리가 몸통을 흔들어 트렌드를 만들어내는 시대다. 기존의 정형화된 형식에서 벗어난 비주류 콘텐츠가 문화 전반으로 파고들어 주류 시장을 이끌어가는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현상은 음식 문화에서도 나타나고 있으며, 셰프들의 캐주얼 다이닝과 편의점 식도락, 복고 문화, 못난이 농산물 등 여섯 가지 키워드로 대변된다. 이른바 트렌디한 요즘 것만 있으면 당신의 식탁은 결코 시시하지 않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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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밥과 도넛의 행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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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부터 파인 다이닝 셰프들이 대중성을 공략한 국밥과 평양냉면 전문점을 앞다투어 오픈하기 시작했다. 옥동식과 박찬일 셰프의 성공은 서민 음식을 대표하던 국밥의 위상을 단박에 바꿔놓았다. 임정식 셰프의 평양냉면도 마찬가지. 사람들은 유명 셰프가 좋은 식재료로 만든 음식을 먹으며 대접받는 듯한 기분을 느낀다.
다소 부담스러운 파인 다이닝보다 자유롭고 편안한 음식을 선보이는 ‘캐주얼 다이닝’의 선호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는 전반적으로 미식 수준이 높아진 탓도 있지만 음식과 공간, 플레이팅 전체를 하나의 식 경험으로 즐기는 사람이 늘어났기 때문. 게다가 음식 문화는 그 어떤 문화적 경험보다 투자 대비 효용이 가장 명확한 영역이 아니던가.
“가심비를 추구하는 소비자의 심리를 만족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기존 패스트푸드에 고급스러운 파인 다이닝을 접목해 브랜드의 이미지를 끌어올리는 시도가 늘고 있다.” ‘파파도나스’를 운영하는 이원일ㆍ이국진 셰프는 익숙한 찹쌀 도넛에 제빵 기술을 더해 재해석했다. 까다롭고 다양해진 소비자의 입맛을 고려해 재미난 도넛을 계속 선보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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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스러워서 더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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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뜨는 카페에 가면 복고풍 인테리어가 눈에 띈다. 고가구로 공간을 꾸미고, 할머니 집에서 봤을 법한 잔에 음료를 낸다. 그 시초는 2015년 혜성처럼 등장한 ‘프릳츠 커피’다. 직접 생두를 볶아 품질이 뛰어난 커피를 제공하며, 귀여운 물개와 1950~1990년대에 유행하던 포스터 등을 활용한 서체를 입혔다. 어딘가 촌스럽지만 느낌 있게! 의도적인 복고풍 서체와 그래픽이 합쳐져 재치 있는 조합이 탄생한 것.
최원석 F&B 브랜딩 전문가는 “B급 문화는 소수의 문화, 비주류의 문화 개념이 아니라 유희적 콘셉트 또는 장르로 보는 것이 좋다”라며 이러한 현상을 설명했다. 그가 2016년 통일부와 함께 팝업 카페로 기획한 ‘평양커피’도 같은 맥락이다. ‘We like _____ They like_____ too’라는 슬로건을 내걸어 북한에도 우리나라처럼 일상이 있고, 커피를 마시며, 문화를 즐긴다는 생각의 전환을 유쾌하게 풀어냈다.
식품업계에서도 복고 바람이 거세다. 롯데칠성음료는 1940~1990년대 패키지 디자인을 적용한 레트로 ‘펩시’를 선보였고, 삼양식품은 1980년대 사용하던 로고와 서체를 그대로 살린 ‘별뽀빠이’ 한정판을 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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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컴 투 PB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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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의 심리적 만족을 얻기 위해서는 반드시 매력 넘치는 상품이 되어야 한다. 바로 그 ‘매력’이 자본이 되는 세상! 과거 PB 상품은 어쩌다 한 번 사는 저렴한 상품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떠한가. “포장의 허례허식을 버리고, 내실에 충실하다”라는 매력을 입은 제품으로 평가받는다. ‘본질에 집중하다’라는 슬로건을 담은 홈플러스의 ‘심플러스’가 대세로 떠오른 이유다.
오세웅 홈플러스 PBGS개발본부장은 “본질만 남기고 소비자의 삶에 플러스가 되어야 진짜 제대로 된 PB다”라며 글로벌 소싱 노하우를 PB에 접목해 가심비 상품을 선보인다. 1백94년의 전통을 지닌 이탈리아 파스타 제조업체와 협업해 스파게티와 마카로니를,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유명 젤라토 카페에서 아이스크림을 들여온다. 자신만의 차별화한 상품으로 소비자에게 매력을 어필하고 있는 셈.
롯데마트의 PB 상품 ‘온리프라이스’는 제품 패키지에 균일한 가격을 표시한다. 질 좋은 제품을 항상 똑같은 가격으로 구입하라는 의도다. “싼 게 비지떡”이라는 말은 진짜 옛말이다. 가격과 제품력 모두 뛰어나니 PB 상품이야말로 진정한 A급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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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 음식과
길거리 음식의 르네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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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근깨 빼빼 마른 빨강 머리 앤. 예쁘지는 않지만 사랑스러워.’ 만화영화 <빨간 머리 앤>의 주제가 중 일부를 생각해보라. 우리는 멋지긴 한데 다가가기 어려운 사람보다 자꾸 정이 가는 친근한 사람에게 더 끌린다. B급 문화가 주류 시장을 이끌어가는 이유다.” ‘우아한 형제들’의 김봉진 대표는 삶의 본질로서 평범함, 대중성, 가벼움을 포함하는 키치와 패러디 문화를 배달 음식으로 기가 막히게 풀어낸다.
그는 ‘배달의민족’에 친근하고, 가까이 다가가고 싶고, 함께 즐기고 싶은 코드를 담아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게다가 파스타와 화덕 피자, 초밥부터 셰프들이 직접 만든 반찬(배민찬)까지 집에서 주문해 먹을 수 있도록 배달 문화를 고급스러운 외식 영역으로 끌어들였다. 앱 하나만 있으면 셰프의 노하우로 구운 삼겹살과 쌈 채소, 반찬으로 구성한 삼겹살 배달 브랜드 ‘돼지런’도 주문 가능하다.
길거리 음식의 대표 주자 떡볶이의 신분도 상승했다. 도산공원 근처에 오픈한 ‘도산분식’은 ‘분식의 새로운 물결’을 표방한다. 누구라도 인증샷을 남기게 되는 개성 있는 플레이팅과 메뉴로 소비 주체의 감성을 제대로 공략한 것이다. 배달 음식과 길거리 음식의 무한 변신에 소비자의 오감은 계속 즐거워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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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행 돌풍,
삼시 세끼 편의점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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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그랬다. 퇴근 후 편의점에서 사 온 족발을 먹고 시원한 맥주를 마시는 즐거움이 최고의 미식이자 소소한 행복이라고. 대한민국에서 트렌디한 먹거리가 한데 모인 곳, 혼밥족을 위한 미식 성지가 바로 편의점이다. 싸구려로 대변되던 편의점 도시락은 유명 연예인ㆍ셰프와 협업해 고급 도시락이 되었고, 식품 브랜드나 캐릭터와 협업해 상품을 개발해 품귀 현상을 빚기도 한다.
CU의 커피&디저트 브랜드 ‘카페 겟’은 최상급 탄자니아산 원두와 콜롬비아산 원두를 사용한다. 2017년 기준 6만 잔의 커피를 팔았고, 누적 판매량 1억 잔을 돌파했다. 1천 원대 가격으로 즐길 수 있는 ‘커피 엔 디저트’ 시리즈는 맛과 용량, 가격 차별화를 성공적으로 이끌어냈다. 패키지에 ‘ㅇㅈ? ㅇㅇㅈ(인정? 어 인정)’이라는 젊은 세대에서 유행하는 급식체를 사용해 유쾌함을 살렸고, 먹고 나면 그 맛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도 담았다.
세븐일레븐은 남다른 협업 상품으로 인기몰이 중이다. 동원식품의 고추참치를 활용한 컵라면을 출시했고, 매일유업과 추억의 자판기 우유를 재현했다. 크라운해태의 장수 아이스크림인 누가바와 바밤바는 음료수로 변신했다. 이는 의외성과 독특한 콘셉트로 새로운 자극을 원하는 소비자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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뭣이 중헌디? 맛이 중허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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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성비가 좋은 B급 콘텐츠가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낸다. 자기만의 확실한 개성이 있다면 못생겨도 매력적일 수 있다. 기능은 멀쩡한데 작은 흠집이 있거나 유통 기한이 임박한 리퍼브 상품이 재평가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대표적 예를 꼽자면 못난이 농산물이다.
“과할 정도로 온갖 스토리를 포장해 터무니없는 가격으로 판매하지 않는다. 오로지 맛과 신선함이라는 농산물의 본질적 가치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박성호 대표는 2017년 8월, 충분히 맛있는데 못생겼고 크기가 작다는 이유만으로 버려지는 농산물을 합리적 가격으로 판매하는 인터넷 쇼핑몰 ‘프레시어글리’를 론칭했다. 첫 달 판매량은 750kg이었지만, 올해 3월 판매량은 무려 7~8톤에 달한다.
그저 맛있고 신선한 농산물을 남기지 않고 판매해 농가 소득에 도움을 주고, 소비자는 내실이 탄탄한 농산물을 저렴하게 구입해 그 가치를 경험하고, 나아가 버려지는 농산물을 줄여 지구환경에 도움을 준다. 가만 보니 모두가 행복해지는 선순환의 중심에는 못난이 농산물이 있다. 아니 그것참, 수수하고 예쁜 농산물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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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에디터 최선아
김혜민
출처 행복이가득한집 6월호

행복이가득한집
생활을 디자인할 때 더 커지는 행복 
Updated  2018-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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