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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집이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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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 3인의 작은 집

‘저녁이 있는 삶’과‘ 워라밸’이 라이프스타일의 중요한 화두로 떠오른 시대. 획일화된 주거 형태에서 벗어나 작지만 개성과 취향을 담은 나만의 공간을 꿈꾸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작은 집의 형태를 다채롭게 변주하며 새로운 주거 문화의 트렌드를 이끌고 있는 건축가 3인의 ‘집’과 ‘삶’에 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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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욱건축사사무소 조성욱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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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대흥동의 38년 된 단독주택을 허물고 지은 ‘하정가’. ‘하얗고 정감 있는 집’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판교와 동탄 일대에 듀플렉스 주택 ‘붐’을 일으키며 주목받은 조성욱 소장. 그가 처음 듀플렉스 주택을 짓게 된 계기는 단순하다. 막 걸음마를 시작한 아이가 편하게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다. 아파트 값에 조금만 보태면 수도권에 땅을 사 하늘을 보고 땅을 밟으며 살 수 있는 상황. 비용을 좀 더 절감하기 위해 오랜 친구와 하나의 필지를 구입해 그 위에 주택 두 채를 지어 이웃으로 살기로 했다. 그의 첫 번째 듀플렉스 주택인 판교의 ‘무이집’은 그렇게 완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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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다른 생각이 모인다는 뜻으로 한 필지에 두 가구를 지은 듀플렉스 하우스, ‘사이집’
“2011년에 집을 지은 이후 연이어 비슷한 주택 형태인 ‘에리두’와 ‘사이집’을 설계하게 됐어요. 특히 사이집은 건축주의 요청으로 무이집과 거의 같은 구조를 띠고 있죠. 그걸 계기로 이전에 한 적 없던 다양한 주택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지금에 이르게 된 거예요. 신기하죠. 처음엔 진짜 우리 가족이 ‘살 집’을 지은 것뿐이었거든요. 집의 기본인 단열, 방수, 채광에 주로 신경 썼고,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집을 원한 만큼 긴 복도, 계단 미끄럼틀, 마당으로 이어지는 거실 정도를 추가했어요. 이웃집 주인이 친한 친구여서 같이 영화 보며 맥주도 한잔하고 바비큐 파티도 즐길 수 있게 옥탑 부분은 계단식 테라스로 꾸몄고요. 저희 집이 이렇게 의미있는 작업이 될 줄 알았더라면 더 공들여서 열심히 지었을 거예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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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내부가 답답하지 않도록 층고를 높이고 커다란 창을 낸 ‘하정가’의 내부.
조성욱 소장이 집을 설계하며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그 안에 담길 ‘삶’이다. “주택을 지을 때 공간을 최대한 비워두는 것을 선호합니다. 집은 실제 살아갈 사람의 라이프스타일로 채워져야 하니까요. 입주 전의 새 아파트에 가보면 TV와 소파부터 조명, 가구를 놓을 위치까지 이미 설정해둔 경우가 많은데, 효율성만을 고려한 결과라고 봐요. 이러면 모든 공간이 획일화될 수밖에 없죠. 제가 정말 좋아하는 집이 ‘임스 하우스Eames House’입니다. 세계적인 부부 디자이너의 집이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건축적으로 무엇 하나 ‘튀는’ 요소가 없어요. 지붕과 바닥, 벽, 숲이 내다보이는 창문이 전부입니다. 그래서 특별하죠. 언젠가 임스 하우스 같은 집을 지어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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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공감 건축사사무소 이용의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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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외 공간을 지나야 아이들 방에 닿을 수 있는 동선으로 공간을 배치해 가족 구성원의 관계와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한 주택 외관.
“협소 주택은 ‘우리가 도시에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의 결과입니다. 집은 내가 살고 싶은 삶을 구현할 수 있는 아주 중요한 공간이니까요. 우리가 살아가는 집에는 퇴근 이후의 삶을 누릴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합니다. 취미를 즐기거나 가족과 함께하는, 원하는 삶이 녹아 있는 공간. 그게 더 풍부하고 다양할수록 럭셔리한 집이라고 생각해요.” 이용의 소장은 서울 속 구도심, 주로 후암동이나 성산동 같은 주택 밀집 지역의 자투리땅을 활용해 독창적이고 개성 넘치는 집을 짓는다. 대지 면적은 좁지만 층의 높낮이를 달리하는 스킵 플로어 방식 등을 통해 건축주의 가치관과 취향을 다채로운 공간에 녹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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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킵 플로어로 공간을 분할해 주방과 다이닝룸, 휴식 공간을 다채롭게 변주한 후암동 협소 주택의 내부.
이용의 소장이 협소 주택에 도시의 삶을 녹이기 시작한 것은 2011년부터. 대형 건축 설계 사무소에서 직원으로 일하던 시절, 좀 더 효율적인 출퇴근을 위해 이사를 준비하다가 획일화된 주거 공간에 회의를 느끼고 직접 집을 짓기로 결심했다. 가진 돈을 끌어모아 경매를 통해 후암동의 59.4㎡(18평) 땅을 구입했고, 2년에 걸쳐 1층에 카페 공간을 갖춘 3층 규모의 주택을 완성했다. 스스로 살 집이 첫 번째 협소 주택 프로젝트였던 셈. 그가 처음 집을 지을 당시의 ‘작은 집’이 기존 주거의 대안이었다면 지금은 이를 통해 자신만의 삶을 찾고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가꾸려는 사람이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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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스와 싱크대가 갖춰진 작은 공간 사이에 폴딩 도어를 설치해 편리하게 바비큐 파티 등을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한 석관동 협소 주택’.
“초기 협소 주택은 아이가 있는 가족이 아파트의 층간 소음을 피하기 위해 선택한 일종의 대안이었지요. 하지만 지금은 싱글부터 노년의 부부까지 클라이언트도 다양해졌고, 취향도 굉장히 구체적이면서 다채롭습니다. 그만큼 공간도 달라지고 있어요. 유학 다녀와서 전문직에 종사하는 싱글 친구가 한 명 있는데, 요새 작은 집 하나 짓겠다며 땅 보러 다니느라 바빠요. 위층만 개인 공간으로 쓰고 다른 곳에는 주말에만 운영하는 에어비앤비나 게스트하우스로 활용하고 싶다면서요. 다른 한 부부의 집은 공간 전체가 서재입니다. 책을 읽고 모으는 것을 너무 좋아해서 아예 집 전체를 서가로 꾸민 거죠. 공간은 작아도 개인의 삶과 취향이 완벽하게 녹아있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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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라운드건축 박창현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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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 근린생활시설과 2m 폭의 골목 사이에 목제 슬라이딩 도어를 설치해 외부 시선을 차단하면서 시야를 확보한 성산동 주택.
집은 개인의 삶이 녹아 있는 공간이지만, 동네를 구성하는 가장 작은 단위이기도 하다. 내부를 취향에 맞춰 완벽하게 꾸미더라도 이웃과 동네 환경에 따라 삶의 질이 달라질 수 있는 것. 골목을 사이에 두고 오밀조밀 모여 지내던 사람들이 닫힌 공간에서 손안의 스마트폰만 들여다보며 살아 가는 시대. 박창현 소장은 주거 문화에 작은 변화의 바람을 일으킬 중심으로 좁은 골목과 오래된 상점이 있는 ‘구도심’에 주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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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실과 주방에 단 차를 둬 엄마와 아이의 눈높이를 고려한 성산동 주택의 내부.
“혼자 잘 살며 만족하는 삶보다는 주변 사람과 함께 어우러지며 행복한 삶이 더 낫다고 생각했습니다. 집을 통해 그런 삶을 구현할 수 있을거라고 판단했고요. 한 동에 수백 가구가 함께 사는 아파트나 주상 복합은 불특정 다수의 이웃이 워낙 많은 데다 서로 만날 기회가 적어 이런 취지에 적합하지 않아요. 반면 길이 좁고 주택이 밀집된 동네는 골목을 쓰는 사람들이 한정돼 있어 서로 마주칠 기회가 많고, 친밀감을 형성하기도 좋지요. 이런 곳에 주택을 지어 골목과 맞닿은 1층이나 건물 주변에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모일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는 겁니다. 가림막을 닫으면 개별 영역이지만 열면 골목과 연결되는 마당 같은 공간으로 골목 스케일을 조절하거나, 길과 맞닿은 1층에 작은 상점을 배치해 동네 사람들이 만나는 접점을 만드는 거죠. 제가 지향하는 건축은 작더라도 주변과 조화를 이루는 집을 지어 사람들이 관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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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건물에 근린생활시설과 세 식구가 거주하는 공간을 함께 구성한 연남동 주택. 3층 방으로 올라가는 내부 계단을 좁고 높게 만들어 공간감을 풍성하게 했다.
그가 설계한 작은 집 속에는 동네와 관계에 대한 고찰, 그로부터 파생된 독특한 건물 구조, 색다른 라이프스타일까지 수많은 가치가 녹아 있다. 이런 특징은 단독주택뿐 아니라 원룸이나 다세대주택 같은 공동주택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원룸은 공간이 무척 협소합니다. 침대 하나도 들어가기 벅찬데 세탁기와 싱크대까지 넣다 보면 효율이 떨어져요. 전농동 원룸 주택을 설계하면서 개인 공간을 줄여 잠자고 쉬는 데 집중할 수 있게 했고, 지하에 별도의 공동 공간을 마련해 식당, 세탁실 등을 구비했어요. 이전에 목욕탕이던 필지의 특징을 고려해 공동 목욕실도 만들었습니다. 탈의실과 세면실은 물론 정원을 내다보며 목욕을 즐길 수 있는 공간도 마련했죠. 기존 원룸에서는 결코 누릴 수 없는 시간을 제공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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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에디터 최선아 디자이너 윤성민
김수진
출처 럭셔리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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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치가 아닌, 가치에 대한 이야기 
Updated  2018-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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