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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단말기 살까, 말까?

지난해 샀던 책을 올해 겨우 끝냈습니다. 책을 고르던 그때, 바깥은 여름이었는데 어느덧 한 바퀴 돌아 봄입니다. 벌써 회사 앞마당에는 벚꽃이 흐드러지게 폈네요.
독서에 취미를 붙였던 시절도 있었습니다만 직업인이 되고 보니 엉덩이 붙이고 앉아 책 한 권을 끝까지 읽는 게 어려운 일이란 걸 알게 됐습니다. 어깨에 짊어진 짐에 하나 더하기 싫다는 핑계로 책을 덜어내고, 퇴근길 지쳤다는 핑계로 책을 가방 속에 고이 넣어둔 채로 지냈습니다.
그래도, 또 아무래도 봄이라. 새롭게 독서 습관을 들이고 싶어졌습니다. 항시 지참 가능하고, 책 읽기에 편하고, 무엇보다 특유의 감성이 있다고들 말하는 전자책 단말기 구매를 고민하게 됐죠. 무엇보다 전자책 단말기라면 이런저런 핑계를 댈 구실도 없을 것 같습니다.
전자책 단말기를 애용 중인 독서가들에게 궁금한 점을 물어보았습니다. 저처럼 구입을 고민 중이라면 찬찬히 읽어보시길.

이승아(직장인, 2016~, 리디북스 페이퍼)
이노해(학생, 2017~, 크레마 사운드)
이나은(유학생, 2016~, 킨들 페이퍼 화이트)
*인터뷰는 메신저로 진행됐으며, 질의응답 내용은 기사에 맞게 편집 및 재구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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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종이책을 좋아합니다. 나온 지 오래된 전자책(e북)도 저에겐 여전히 낯선 ‘신문물’에 가까운데요, 각자 전자책 단말기를 쓰게 된 배경이 궁금합니다.

승아 두 가지인데, 읽는 것도 굉장히 좋아하고 책을 사는 것도 좋아하는데 책을 무한정 늘릴 수 없다는 공간의 압박이 있었어요. 또 책을 들고 다니면서 어깨가 너무 아픈데 그래도 이동 시간에 조금이라도 더 읽고자 하는 마음이 생겨서 사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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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아 씨는 리디북스 페이퍼를 쓰고 있다.
책을 많이 읽고, 책을 많이 사지만 ‘예쁜 책’을 사고 싶어하는 경향이 매우 커서(웃음). 너무 읽고 싶은데 안 예쁜 책은 사기 싫거든요. 그런 책은 전자책에 가둬 놓고, 내용만 보고 싶기도 했습니다.

노해 친구가 인스타에 올려서 전자책 단말기를 알게 됐어요. 생각보다 비싼 가격이고, 종이책을 좋아하는 편이라 고민을 많이 했어요. 사고 싶은 책들이 늘어나는데, 종이책은 자취하는 입장에서 자리 차지하는 것 때문에 걱정이 있어서 겸사겸사 전자책 단말기를 구매하게 됐습니다.

나은 해외에서 생활을 하고 있고, 자연스레 이사를 많이 다니게 되면서 종이책을 사기 너무 부담스러웠습니다. 사는 족족 짐이 되니까요. 친구 집에서 킨들을 처음 접했는데 발전된 e잉크 기술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스크린을 본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고, 종이에 인쇄된 활자를 읽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구매를 결심하게 됐습니다. 해외에서 구하기 힘든 한글 책도 인터넷으로 편하게 구입해서 읽을 수 있고 이동성이 뛰어나다는 점이 제일 큰 장점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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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분 모두 물리적 공간의 제약이 영향을 미쳤네요. 책의 부피, 무게가 때때로 부담스러운 경우가 있는 것 같아요. 전자책 단말기는 선택지가 여러 개라 뭘 고를까 고민되는 지점이 있습니다. 각자 지금 보유한 전자책 단말기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승아 (리디북스 페이퍼) 구매할 때 저도 굉장히 고민이 많았던 부분입니다. 그전까지 주력 인터넷 서점이 알라딘이었거든요. 알라딘이 있는 크레마와 리디북스를 놓고 엄청 고민했어요. 크레마는 알라딘, 예스24 모두 열린 서재 기능이 있어서 다른 곳에서 구매한 전자책을 볼 수 있지만 리디는 루팅(Rooting, 기기 관리자 권한을 얻는 것)을 안 하면 리디에서 산 것만 봐야 하거든요.
그래서 크레마로 마음이 확 기울었다가, 당시 손목터널증후군으로 고생하고 있어서 물리 키(손으로 누르는 버튼)가 없으면 휴대폰 오래 하는 것과 똑같은 스트레스일 것 같다는 생각에 물리 키가 있는 제품을 고르자고 생각했어요. 또 크레마는 플라스틱이라 조악하게 느껴진 데 반해 리디는 마감이나 패키징이 깔끔해서 좋더라고요.
좋은 점은 선명하고, 물리 키가 있다는 것. 아쉬운 점은 리디북스만 이용해야 한다는 것. 선택지가 확실히 적을 수밖에 없어요.

노해 (크레마 사운드) 저는 디자인이 중요했고, 제가 얼만큼 책을 읽는지에 대한 고려가 필요했어요. 생각보다는 고민을 안 했습니다. 리디북스에 한정돼 있는 리디북스 페이퍼 라이트보다 크레마를 사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사운드를 산 이유는 아무래도 가격. 사운드에 물리 키가 있다는 점도 좋아서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딸깍딸깍, 누르는 느낌을 좋아하고 한 장씩 넘기는 기분이 들어 좋았어요. 크레마 사운드의 장점은 물리키와 예스24나 알라딘에서 전자책 10년 대여 시스템으로 책을 저렴하게 대여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사실상 구입이나 다름 없는 것 같아요. 단점은 크레마 사운드가 크레마 카르타보다 화면이 덜 또렷한 것 같긴 해요.

나은 (킨들 페이퍼 화이트) 구매 당시 정보를 찾아본 결과 아마존의 전자책 단말기 성능이 제일 좋았어요. 제가 구입한 페이퍼 화이트 3세대 모델은 10만원 초반대 가격에 300ppi(ppi는 화소밀도를 뜻한다. 인쇄 종이 해상도가 300ppi 정도다.) 고해상도 화면을 제공해요. 스크린이 엄청 깔끔하고, 오래 읽어도 눈에 전혀 피로가 가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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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유학 중인 이나은 씨는 영문 서적을 편히 읽을 수 있는 킨들을 택했다.
해외에서는 아마존의 전자책 시장이 제일 커서 선택한 계기도 있어요. 구매가 간편하고, 따로 소장하고 있는 전자책 파일도 킨들 계정과 연결된 이메일로 파일을 첨부해서 보내면 단말기에 전송돼 읽을 수 있어요.
영어로 된 책은 아마존에서 사고, 한글로 된 책은 구글 북스에서 구매한 후 킨들로 옮겨서 읽고 있습니다. 한글로 된 책만 읽는 분들이면 국내 단말기를 사서 쓰는 게 제일 편리하겠지만 영문 서적도 읽는 저로서는 아마존이 적합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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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보니, 좋긴 좋은가요? 원하는 책도 다 볼 수 있어요?

노해 다 볼 수 있어요. 다만 신작은 대여가 없어 종이책과 가격이 비슷하긴 해요. 대신 크레마 머니나 포인트로 싸게 구매할 수 있습니다.
※ 크레마는 예스24, 반디앤루니스, 알라딘 등 여러 서점의 책을 볼 수 있는 열린 서재를 제공한다. 전자도서관도 이용할 수 있다.

나은 킨들 산 것은 대만족합니다. 제일 만족하는 점은 제일 방대한 생태계를 제공한다는 것과 e잉크 기술이 특출나다는 점이에요. 아쉬운 점 딱 하나는 한글 책을 읽으려면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거죠. 다만, 적어도 제가 샀을 당시 전자책 단말기는 전자책 시장과 독점 계약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어서 리디북스에서 전자책을 구매하면 킨들로 옮기지 못해요. 그래서 단말기를 생산하지 않는 구글 북스에서 구매 후 옮겨서 읽고 있습니다. 킨들의 단점은 전자책 표준포맷인 EPUB 호환이 안 된다는 거예요. 다른 곳에서 책을 구매하면 변환해야 옮겨 읽을 수 있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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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디북스 전자책 단말기의 경우에는 리디북스 책만 봐야 해서(리디북스는 자사 전자책 37만 종을 제공하고 있으나 열린서재는 제공하지 않는다.) 한정적이라고 여겨지는데요. 리디북스가 제공하는 전자책만으로도 만족하시나요?

승아 종이책에 길들여진 시간이 짧지 않아서…. 전자책 단말기가 종이책의 대체재가 아닌 거죠. 보완재가 돼요. 오히려 종이책 구매를 더 하면 더 했지, 전자책을 본다고 종이책을 안 사고 안 읽는 건 아니더라고요. 그래서 리디북스 안에 있는 전자책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합니다. 이게 진짜 아이러니예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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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누군가 전자책 단말기를 구매하려 한다면, 단말기를 고를 때 유념해야 할 점은 뭘까요?

승아 전자책 단말기를 구매하기 전에 본인이 이전까지 구매해온 서점이 어디냐가 가장 중요할 것 같습니다. 저는 주 구매 서점이 알라딘이긴 했지만 종이책 구매 기준이었고 전자책으로 미리 구매해둔 게 많지 않아서 쉽게 리디북스로 갈아탈 수 있었어요.

노해 주 구매 서점이 중요하긴 해요. 저는 예스24만 이용하는 편인데, 온라인으로 구매하면 예스24 기준 크레마 머니, 쿠폰 등 다양한 혜택이 있어서 책 구매할 때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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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마 사운드.
나은 이제는 모든 단말기의 성능이 엇비슷해진 것 같아요. 구매 전 제품을 직접 보고 화면의 질감을 느껴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일 중요한 건 그 단말기의 전용 서점 콘텐츠와 UI가 얼마나 편리한지 보는 거예요. 그 서점이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는지, 이용은 편리한지, 단말기와의 호환성은 뛰어난지 등을 눈 여겨 보세요. 전자책을 구매할 시장을 결정한 후에 그 시장의 뷰어를 선택하는 편이 현명할 것 같습니다.
※ 참고: '전자책 단말기 비교표', 올린이 ‘아르센뤼팽’. 자세한 정보가 나와 있는 구글 스프레드시트 링크를 첨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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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에 대한 욕구가 어느 정도 있는 사람들이 전자책 단말기 구매를 고려할 텐데요. 그래서 묻습니다. 평소 독서 습관은 어떤가요? 자신만의 독특한 독서 습관이나, 철학, 규칙 같은 게 있나요?

승아 독서습관은 일단 책을 많이 사요. 많이 사면 반은 읽더라고요(웃음). 꽂히는 주제에 대해서 버티컬하게 읽고 넘어가는 편입니다. 책장을 보면 어떤 시기에 꽂혔던 주제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보여요. 문학을 별로 안 읽어서 그런 것도 있고요. 어떤 책을 읽으면 그 책에 인용된 책들을 찾아서 보는 편이에요.
저 같은 독서 패턴은 책을 모두 사서 보기 힘들어요. 관심사는 늘 바뀌고, 그걸 다 모을 수도 없고, 도서관 차릴 것도 아니고. 대학 때 도서관서 꽂히는 주제에 있는 서가는 통째로 읽는 편이었어서.
전자책 단말기는 물리적 공간을 차지하지 않으면서 더 다양한 책을 좀 쉽게 볼 수 있는 것 같아요. 종이책은 진짜 좋은, 잘 쓴 책을 골라서 사야할 것 같은데 전자책은 그런 부담도 없으니 이렇게 생각해요. ‘이 책이 똥인지 된장인지. 일단 한 번 보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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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해 단말기 구매 전에 저는 무조건 책을 사서 읽었어요. 도서관 가서 책을 빌리고 반납하는 것 보다 ‘내 책’을 읽고 보관하는 행위를 좋아했거든요. 자취하는 공간이 작고 답답해 책 읽는데 집중이 잘 안되는 것 같아서, 한 달에 두세 번 정도 읽고 싶은 책을 챙겨서 카페에서 읽었어요.
어렸을 때 속독을 배워서 그런지 앉은 자리에서 한 권을 다 읽어야 성에 차요. 날 잡고 한 권을 다 읽으니 시간이 어찌나 오래 걸리던지! 지금은 단말기만 챙기면 되니까 우선 매일 가지고 다녀요. 공강이나 시간 날 때, 자기 전에도 스마트폰 보듯 읽어요.

나은 자기 전에 침대에 누워 짬을 내서 보거나 이동하는 시간, 대기 시간 등 자투리 시간에 보는 편이에요. 여러 책을 동시에 읽는 게 두뇌 개발에 좋다는 글을 어디선가 읽은 후로는 책 한 권을 독파하고 다음 책으로 넘어가는 게 아니라 두세 권 정도의 책을 번갈아 가며 동시에 봐요. 동시에 읽는 책들의 장르를 다르게 하는 것이 저의 규칙입니다.
그래서 여러 책을 가지고 다닐 필요 없이 기기 하나만 있으면 되는 전자책 단말기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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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 전후로 달라진 점들이 있는 듯하네요.

나은 킨들 구매 전에는 아마존을 전혀 사용하지 않았어요. 전자책 시장에 대해서 얘기만 많이 들었었죠. 킨들 구매 후에는 세일하는 책이 있나 확인하러 자주 들어가요. 저는 종이책 구매가 확연히 줄었어요. 꼭 하드 카피로 소장하고 싶은 책이 아닌 이상 모두 전자책으로 구매해서 봅니다. 라이브러리가 늘어가는 걸 보는 기쁨이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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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해 스마트폰을 보거나 의미 없는 시간을 보낼 때 종이책에는 손이 덜 갔는데, 단말기다 보니까 확실히 손이 많이 가는 것 같습니다. 독서량이 많이 늘었어요.
다만 아쉬운 점은 아무래도 실제 책을 볼 때와 같은 여운은 덜 한 것 같아요. 원래 보던 습관처럼 앉은 자리에서 한 번에 쭉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책에 접근성은 좋아졌지만 원래처럼 진득하게 읽는 맛은 없어졌어요. 생각해보니 독서 습관, 규칙들이 단말기를 사고 좀 흐려지긴 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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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단말기, e잉크가 정말 그렇게 눈에 편한가요?

나은 눈이 약해서 컴퓨터 화면을 오래 보면 쉽게 피로해지는 편입니다. 근데 킨들은 5시간 이상 책을 읽어도 눈이 전혀 아프지 않아요. 정말 인쇄된 활자 읽는 것과 똑같은 느낌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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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ickr, CC BY James Cridland (이미지)
승아 아이패드나 아이폰은 좀 눈에게 미안한데 전자책 단말기는 그런 느낌이 없어요. 물론 책을 안 읽는 게 눈에 가장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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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까, 말까. 선택지가 있다면, ‘사라’ 쪽입니까?

승아 고민하는 사람에게는, “사라.” 여행이나 출장 갈 때 책 좋아하는 사람들은 꼭 책 가지고 가고 싶어하잖아요. 무거워서 ‘이걸 넣어, 말어’ 맨날 고민하는데 여행갈 때 책 가지고 갈 수 있는 게 전자책 단말기의 어마어마한 장점이에요. 비행기에서도 볼 수 있고!

나은 현재 킨들을 2년째 사용 중인데 아무 문제 없고, 배터리도 아직 오래 가요. 적어도 3년은 더 쓸 수 있을 것 같아요. 지금 기기에 만족해서 고장나서 버리지 않는 이상 계속 쓸 겁니다. 누가 고민한다면 단연코 사라고 할 겁니다. 주변에 사용하는 사람이 있다면 빌려서라도 잠깐 써보세요. 사게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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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에디터 최선아
김인경
출처 블로터

블로터
디지털 세상을 읽는 눈 
Updated  2018-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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