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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도서관을 지은 1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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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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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집 사람 – 장웅 씨 괜찮을까?
국민도서관 책꽂이는
도서공유 서비스를 제공하는
온라인 도서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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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공간 때문에
기억났다. 그 책이 어떻게 가방에 들어왔는지. 가장 좋아한 책을 만난 건 대학시절 사귄 남자친구 자취집에서다. 앉을 데가 마땅치 않아 쌓인 빨래더미를 발로 툭 밀었는데 트루먼 카포티의 <차가운 벽>이 새끼발가락 위로 떨어졌다. 발가락을 다치고 나서 게으른 남자친구와 한바탕 붙었다. 오래는 못 만났지만 어쨌든 트루먼 카포티를 소개해준 것만으로도 그 연애는 괜찮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돌이켜보니 게으른 남자친구 때문만은 아니었다. 문제는 좁은 방이었다. 침대와 옷장을 구겨넣으면 겨우 발 디딜 공간이 남는다. 그 공간에 이불과 냄비 등 세간살이와 책이 어찌어찌 자리를 잡는다. 시간이 지나면 그들은 각자 영역이랄 게 없이 한데 뭉쳐 쌓아지고 언제 무너질 지 모래성이 된다. 그런 자취 공간에 기어코 엉덩이를 붙이려 한 건 욕심이었을 지 모른다. 우리가 헤어진 마지막 장면은 이러하다. 라면을 끓였는데 받칠 냄비가 없어 두툼한 그의 전공 서적을 깔았다. 남자친구와 오손도손 라면을 들이키는데, 냄비에 깔린 전공도서를 보고 남자친구가 벼락같이 성을 냈다. “이 책이 어떤 책인 줄 알아?” 내가 보기엔 냄비에 깔기 좋게 방바닥에 내팽개진 책이었다. 나는 지저분하게 나뒹구는 책 중에 한 권 없어져도 모를 거라고 우겼고 그는 다 안다고 우겼다. '두고 보자'는 심정으로 트루먼 카포티를 슬쩍했다. 어쩌면 나보다 책을 아끼는 그의 모습에 질투가 나서 그런 건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우리는 책 때문에 생긴 차가운 벽을 결국 허물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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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필요한 서가
국민도서관 책꽂이를 알게 된 후 가장 먼저 트루먼 남자친구가 떠오르는 바람에 연애사를 펼쳤다. 그처럼 책을 아끼지만 책장이 없어 책이 빨래더미가 됐거나, 집에 사람이 뉠 공간보다 책이 뉜 면적이 더 크게 자리잡았다면 국민도서관 책꽂이를 추천한다. 혹은 필자처럼 책을 버리지도 못 하고 그렇다고 안 사지도 못 하는 사람, 잦은 이사 때문에 살림살이를 간소하게 유지해야 하는 사람, 책을 사기에는 지갑이 얇은 학생, 자녀에게 더 많은 책을 보여주고 싶은 부모에게 국민도서관 책꽂이는 도서 공유서비스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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맡기고, 빌린다
국민도서관 책꽂이 홈페이지에 가면 우측 상단 로그인 창 위로 이러한 문구가 보인다. “지금 책꽂이에서는 2016년 1월 19일 현재 총 37,983종 48,598권의 도서가 서비스중입니다. 전일 keeping된 책은 54종 54권이며, 최신간은 689종 702권입니다.” 이 말인즉슨 국민도서관이 보유한 도서가 4만 8천여 권이고, 어제(1월 18일) 국민도서관에 맡겨진 키핑(keeping) 도서는 54권이라는 이야기다. 국민도서관 책꽂이는 회원제도로 운영한다. 회원은 회비를 내지 않는 ‘손님’과 회비를 낸 ‘정회원’으로 나뉜다. 정회원 등급은 3개월 치 회비를 낸 꽃 회원, 6개월 치 회비를 낸 나무 회원, 1년 치 회비를 낸 대지 회원 세 가지다. 손님은 최신간을 제외한 5권을 60일간 대여할 수 있고 회원은 최신간을 포함해 15권까지 60일간 빌릴 수 있다. 자신의 책을 국민도서관에 맡기는 키핑 서비스를 이용하면 최대 25권까지 도서를 대여할 수 있다. 이쯤되면 비용이 관건! 3개월 간 이용하는 꽃 회원은 1만원, 6개월 나무 회원은 1만 7천원, 1년 대지 회원은 3만 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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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다면 비우기
다른 것도 아니고 책을 어떻게 남에게 맡기냐 정색할 수 있다. 반문해보자. 그렇게 사랑하는 책을 위해 당신이 한 일은 무엇인가? 책을 책장에 못 박아두는 것? 책을 쌓아 책상으로 사용하는 것? 인테리어 소품용? 냄비받침? 언젠가는 볼 거라는 독서에 대한 희망? 가슴에 손을 얹고 집에서 책이 차지하는 영역이 지나치게 넓은 건 아닌지, 책장 가장 아래칸에 꽂힌 책을 마지막으로 펼친 지가 언제인지 또 앞으로 저 책을 펼칠 일은 언제 일어날지 생각해보자. 만약 책장이나 집 어느 구석엔가 방치된 책이 국민도서관을 만난다면 책의 삶이 달라진다. 당신이 맡긴 책은 꼭 필요한 누군가에게 전국으로 배달된다. 이삿날에만 바깥 공기를 쐬던 해묵은 책은 지난 날 먼지를 모두 털어내고 넓은 세상을 여행한다. 국민도서관은 책의 여정을 책 주인이 수시로 확인할 수 있는 어플을 올해 2월 말에서 3월 초 출시 예정이다. 이 어플을 통해 맡긴 책의 현재 위치는 물론, 내 책을 빌린 사람과 소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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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이 맡긴 책이 들어오면 국민도서관 도서실장은 전용 티슈로 한 권 한 권 세균과 먼지를 닦아낸다. 그리고 회원에게 배정된 서가에 책을 꽂는다. 국민도서관의 도서 분류 기준은 책종이 아니라 책주인이다. 책을 맡긴 사람을 위한 책장을 국민도서관이 따로 마련해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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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햇빛에 오래 노출되면 변색되거나 상할 수 있어요. 책을 옆으로 누워 쌓는 것도 좋지 않아요. 어둡고 건조한 공간에 바로 꽂혀있는 게 책 건강에 좋죠.” 도서를 관리하는 도서실장 장여정 씨는 일본에서 유학을 마친 후 국내 IT 기업 사무직에서 일했다. 국민도서관 책꽂이와 인연을 맺은 건 작년 가을부터다. 책이 좋았고, 우연히 도서관장 장웅 씨를 만난 후 국민도서관 책꽂이 서비스에 매료되어 이직을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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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도서관 책꽂이에서 만나는 책은 일반 서점에서 판매하는 책과 달라요. 책을 보낸 사람의 취향과 애정, 그 사람만이 지닌 세월이 묻어있죠. 누군가의 소중한 책을 관리하는 일이 즐겁고, 동시에 많은 책을 통해 견문도 넓힐 수 있어 만족합니다.” 시간이 지나며 그녀가 애정하는 서가도 하나 둘 늘어나고 있다. “저와 독서취향이 같은 회원들을 만나게 돼요. 그분들의 서가 탐방이 요즘 제 취미이기도 합니다.” 작은 전등이 달린 머리끈을 동여매고, 서가를 밝히는 도서실장 장여정 씨 모습이 행복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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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이 짓는 국민도서관
국민도서관 책꽂이 도서관장 장웅 씨는 교보문고 디지털사업부 부장으로 일했다. 1998년에 예스24의 전신이자 국내 최초 온라인 서점인 다빈치를 만들었고, 2005년부터 2011년까지는 개인 서점을 운영했다. ISBN을 기반으로 한 데이터를 이용하여 도서를 유통하고, 택배 서비스 연결망을 구축하고, 도서를 공유하는 가치를 발견한 데에는 지난 경력과 경험이 바탕이 되었다. 국민도서관 책꽂이 사이트를 연 것은 2011년 10월이다. “대학 시절, 책이 너무 좋은데 책을 살 비용이 없어 고민이었어요. 어떻게 하면 공짜로 책을 마음껏 볼 수 있을까 궁리하던 중 인터넷으로 도서를 소개하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죠.” 이십대부터 가진 책에 대한 애정과 허기가 결국 국민도서관 책꽂이를 짓는 기둥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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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은 자본이 집중적으로 투여되는 기관이에요. 물리적으로 건물을 지어야 하고, 직원과 관리자를 채용하기 위해서 막대한 예산이 들죠. 작은 지자체들이 제대로 된 도서관을 갖지 못하는 이유기도 하고요." 자본주의 사회에서 도서관은 국민들이 평등하게 이용할 수 있는 권리가 아닌, 지자체 형편과 정부의 예산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종속적인 기관이 되어버렸다. 도서관장 장웅 씨는 누구나 평등하게 이용할 수 있는 도서관을 꿈꿨다. "선거철에 후보들이 제일 쉽게 하는 공약이면서 지키지 못하는 공약 중 하나가 ‘도서관을 짓겠다’는 약속이잖아요? 국민도서관 책꽂이는 국가 예산을 받지 않아도 우리가 함께하면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 어디에서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어요. 도서관을 우리 손으로 만들 수 있다는 걸 알리고 싶어 이름도 ‘국민’도서관 이라고 지었죠.” 내 방에 있을 때에는 그저 내 책에 불과하다. 책 한권이 국민도서관으로 입고되면 장웅 씨 바람대로 개인의 책은 모든 국민이 활용할 수 있는 모두의 책이 된다. 실제로 국민도서관에 맡겨진 아동도서는 전국으로 품앗이 되며, 절판된 책을 수소문하던 어떤 이에게 국민도서관은 소중한 보물창고다. 장웅 씨가 이 일을 하며 느끼는 행복도 여기에 있다. “회원 분들이 책을 반납할 때, 이런저런 간식을 챙겨 넣어주세요. 해외에서 사오신 홍차라던가 코코아도 있고요. 어촌에 사는 한 고객은 아이들이 책을 마음껏 읽을 수 있게 되어 고맙다며 김을 챙겨 넣어 보내주셨어요. 판매를 위한 개인 서점을 운영할 때에는 걸려오는 전화마다 모두 항의 내용인데 지금은 모두 고맙다는 인사죠. 국민도서관 책꽂이가 공유하는 게 비단 책뿐이 아니라는 걸 느낍니다.”
올해 목표는 10만권
국민도서관 책꽂이가 자립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많은 회원들의 서가다. 올해 도서관장 장웅 씨 목표는 소장도서 10만권을 채우는 것! 책장을 국민도서관에 옮기면 집이 넓어지는 것은 물론, 소장할 수 있는 책도 빌릴 수 있는 책도 늘어난다. 국민도서관 책꽂이 이용방법은 다음과 같다. 1 국민도서관 책꽂이 홈페이지에서 회원가입을 한다. 2 자신에게 맞는 회원등급을 정한다. 3 국민도서관에 맡길 키핑 도서를 정한다. 4 국민도서관 책꽂이 홈페이지를 통해 입금을 신청한다. 5 입금 후 도서를 택배로 보낸다. 6 국민도서관 책꽂이에서 필요한 도서를 대출한다. (키핑을 하지 않아도 5권 대여 가능) 새해 이사나 청소, 독서를 계획한다면 책장부터 비우자. 비운 자리엔 좋은 공간과 사람들이 생겨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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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16-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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