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가구 집구경 설수빈 Seol Su bin] 현관문을 열면, 평범한 거실 대신 크고 긴 빈티지 테이블과 디자인 체어가 맞이하는 곳.
광고대행사 아트디렉터 설수빈 1집러가 사는 곳이에요. 영국 디자인 유학을 다녀온 뒤 변화된 취향과 새로운 삶의 태도를 녹인 이 집에는 어떤 특별한 이야기가 숨 쉬고 있을지, 궁금하지 않나요?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제일기획 아트 디렉터이자 가구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는 설수빈(@subin.seol)입니다. 전시, 팝업스토어, 이벤트 스페이스 등 브랜드와 소비자들이 직접적으로 만나는 공간과 경험을 디자인하고 있어요. 개인 작업으로 가구와 도자기도 만들고 있답니다. 영국 유학을 마치고 귀국하면서 구한 이 집에서는 올해 1월 1일부터 살고 있는데요. 사실 이 동네는 제게 매우 익숙한 곳이에요. 대학 입학과 동시에 독립하면서 정착한 곳으로, 햇수로 10년 넘게 살다 보니 이젠 다른 곳에선 살 수 없게 돼 버린 것 같아요.
이 집을 선택한 이유가 있을까요?
영국 유학 시절, 집에 대한 인식이 바뀌게 됐어요. 말도 안 되게 비싼 집세, 사기도 당했었고, 셰어 하우스에서 외국인들과 함께 살 때의 불편함 등 지옥 같은 시간이 있었어요. 집이 불편하니 삶이 고되더라고요. 이후 작지만 맘에 쏙 든 집에서 홀로 살 수 있었을 때, 비로소 편안함과 안락함을 오롯이 느꼈어요. 뭘 하든 집이 정말 소중한 공간임을 깨달았죠. 유학하기 전엔 월세 아끼는 게 최우선이었다면 지금은 평안한 집을 만드는 것에 더 우선순위를 두고 있어요.
이 집은 무엇보다 뷰가 마음에 들었어요. 햇살이 따사롭게 내비치며 한강이 조각조각 보이는 곳. 아침에 항상 창밖을 촬영해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올리는 게 매일의 루틴이에요. 하루도 빠지지 않고 꾸준하게 기록하고 있죠. 일을 마친 후 피곤함을 이끌고 집에 돌아왔을 때, 창밖을 보며 ‘그래, 내가 이 뷰 때문에 월세를 내지’라는 생각도 해요.
유학 경험을 바탕으로 책*을 내게 된 계기도 알려주세요.
해외 유학에 대한 목마름이 있었어요. '만약 내가 해외에서 디자인 교육을 받았다면 좀 더 나은 디자이너가 됐을까?’라는 의문을 품었죠. 그 해답을 찾기 위해 휴직 후 '영국 왕립 예술학교 대학원(@royalcollegeofart)'에서 인테리어 디자인 공부를 마치고 돌아왔어요. ‘더 좋은 디자이너가 됐어’라기보단 설수빈이라는 사람 자체가 달라졌다고 할까요. 힘든 유학 시절을 겪으며 마음에 단단한 근육이 자라났어요.
출판을 결심한 건 간단한 이유예요. ‘내가 좋아하고 중요한 게 뭐지?’라고 자문했더니, 저는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게 중요한 사람이더라고요. 제가 알고 있는 것들을 전하고, 도움 되는 것이 제게도 행복함을 선사해요. 책에는 디자인 유학을 하며 실제 경험하고, 다수의 교류로 알게 된 알짜 정보들, 주변 유학생들의 생각과 생활 등 누가 이야기해 주지 않으면 몰랐을 부분들을 담았어요. 특히 유학을 준비하는 분들에게 든든한 조력자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이에요.
*<디자이너의 유학: 영국 왕립 예술대학 출신 아트 디렉터의 유럽 디자인 유학 가이드>
인테리어 디자인 공부 후 취향에 변화가 생겼나요?
유학 가기 전에 ‘영 디자이너 프로모션’으로 가구 디자이너로 데뷔했어요. 당시 제 작업은 모던한 형태와 매트한 질감, 모노톤 일색이었죠. 빈티지하고 레트로한 감성은 좋아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재사용(Reuse)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영국에서 공부하고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재사용에 대한 개념을 장착하게 됐어요. 빈티지의 매력에 빠지기도 했고요.
빈티지 가구나 소품은 보일 때 사야 해요. 그 순간이 지나면 언제 다시 만날지 알 수 없으니까요. 맘에 드는 것을 발견하고, 살까 말까 고민한 시간, 집에 와서 포장을 뜯는 설렘까지 모든 순간이 스토리가 돼요. 빈티지 가구는 새것과는 달리 지금은 흉내 내기 어려운 그 시대만의 독특한 분위기가 있어요. 제가 아끼는 토네트 플렉스 2000 체어는 아르데코 스타일을 좋아하는 제게 무엇보다 이상적인 의자인데요. 두 개를 구입했어요. 한 개만 두어도 멋스럽지만 스태킹 한 모습을 바라볼 때 시각적 즐거움이 배가 돼요.
취향이 담긴 특별한 구석을 소개해 주세요.
거실 한쪽에 자리한 검은 선반이 제 무드 보드예요. 예전의 저와 지금의 저를 보여주는 아카이브라고도 할 수 있죠. 유학 전 제작했던 가구와 도자기부터 런던에서 공부할 당시 디자인한 작품들, 출장지에서 사 온 오브제, 소중한 추억이 담긴 선물 등으로 채워 나가고 있어요. 때론 디스플레이에 변화를 주기도 하고요. 집에 놀러 온 친구들에게 보여주고 다양한 의견을 듣는 것도 재밌어요.
👀 이야기가 담긴 오브제
평생 간직할 소중한 물건💝
돌에 붙어 있는 잔은 무엇인가요?
베를린과 파리에 기반을 둔 디자인 숍 ‘블레스’에서 일하는 친구가 졸업 선물로 준 거예요. 제 졸업 전시 준비를 도와주기 위해 베를린에서 런던까지 한걸음에 달려와준 것도 고마운데, 돌이 붙어 있어 무겁고 깨지기 쉬운 유리잔을 조심스레 챙겨왔을 마음을 생각하니 무척이나 감동이었어요. 유학 시절 고생했던 기억들과 그 친구와의 행복한 추억이 계속 떠오르는 아이템으로 평생 간직하고 싶어요.
개인 작업으로 도자기를 만들고 계시죠.
저는 손을 움직여 무언가를 계속 만드는 사람이고 싶어요. 나이 들어 내 맘대로 손을 움직일 수 없을 때까지요. 흙을 만지고 물레를 돌리는 건 명상과 다름없어요. 디자인을 하며 받는 스트레스를 가구와 도자기를 만들면서 내보내는 편인데요. 비워내는 동시에 다시 나를 채우는 과정이죠.
최근 일상 속에서 몰두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요즘 미라클 모닝을 실천하고 있어요. 그간 루틴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 없었는데, 이제 정착된 삶을 살아보고도 싶고 내 삶을 잘 꾸려보고자 시작했어요. 새벽 5시 30분에 일어나 디톡스 주스도 마시고, 건강하게 요리하고, 매일 운동해요. 서울모닝커피클럽(SMCC)이라고 건강한 아침 문화를 추구하는 커뮤니티 활동을 하면서 여러 사람들과 함께 하기도 해요. 공통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과 모여 러닝하고 커피 마시며 교류하는 시간이 즐거워요. 서로 긍정적인 자극도 주고받고요. 전 미라클 모닝 전도사예요. 단순히 일찍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몸과 마음의 균형을 이루며 내가 원하는 삶을 찾아가는 여정이거든요. 여러분도 도전해 보세요!
사진 제공 우모에(@u.mo.ae)
혼자 가기 좋은 숨겨진 스폿이 있다면 알려 주세요.
서울 삼각지에 위치한 ‘소버(@sober__seoul)’는 작고 귀여운 맥주바예요. 바테이블 구석에 앉아서 잘 큐레이션 된 탭비어들을 즐기기 좋아요. 효창동 언덕에 자리한 카페 ‘mtl(@mtl_shopncafe)’은 평일 저녁 한가한 시간에 들러 보세요. mtl의 믿고 마시는 커피도 좋지만 와인도 굿! 보틀 가격도 훌륭한 편이죠. 마지막으로 남영동 ‘우모에(@u.mo.ae)’는 낮에는 카페, 밤에는 바로 운영되는데요. 오전부터 오후까지 오랜 시간 혼자 작업해야 할 때 제격인 공간이에요. 한자리에서 커피부터 시작해서 맥주와 위스키로 마무리할 수 있어요. 낮과 밤의 플레이리스트가 다른데 그 변화를 느끼는 재미도 특별해요.
디지털 에디터 영은 | 글 연숙 | 사진 기태 | 영상 성아
[1인가구 집구경 설수빈 Seol Su bin] 현관문을 열면, 평범한 거실 대신 크고 긴 빈티지 테이블과 디자인 체어가 맞이하는 곳.
광고대행사 아트디렉터 설수빈 1집러가 사는 곳이에요. 영국 디자인 유학을 다녀온 뒤 변화된 취향과 새로운 삶의 태도를 녹인 이 집에는 어떤 특별한 이야기가 숨 쉬고 있을지, 궁금하지 않나요?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제일기획 아트 디렉터이자 가구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는 설수빈(@subin.seol)입니다. 전시, 팝업스토어, 이벤트 스페이스 등 브랜드와 소비자들이 직접적으로 만나는 공간과 경험을 디자인하고 있어요. 개인 작업으로 가구와 도자기도 만들고 있답니다. 영국 유학을 마치고 귀국하면서 구한 이 집에서는 올해 1월 1일부터 살고 있는데요. 사실 이 동네는 제게 매우 익숙한 곳이에요. 대학 입학과 동시에 독립하면서 정착한 곳으로, 햇수로 10년 넘게 살다 보니 이젠 다른 곳에선 살 수 없게 돼 버린 것 같아요.
이 집을 선택한 이유가 있을까요?
영국 유학 시절, 집에 대한 인식이 바뀌게 됐어요. 말도 안 되게 비싼 집세, 사기도 당했었고, 셰어 하우스에서 외국인들과 함께 살 때의 불편함 등 지옥 같은 시간이 있었어요. 집이 불편하니 삶이 고되더라고요. 이후 작지만 맘에 쏙 든 집에서 홀로 살 수 있었을 때, 비로소 편안함과 안락함을 오롯이 느꼈어요. 뭘 하든 집이 정말 소중한 공간임을 깨달았죠. 유학하기 전엔 월세 아끼는 게 최우선이었다면 지금은 평안한 집을 만드는 것에 더 우선순위를 두고 있어요.
이 집은 무엇보다 뷰가 마음에 들었어요. 햇살이 따사롭게 내비치며 한강이 조각조각 보이는 곳. 아침에 항상 창밖을 촬영해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올리는 게 매일의 루틴이에요. 하루도 빠지지 않고 꾸준하게 기록하고 있죠. 일을 마친 후 피곤함을 이끌고 집에 돌아왔을 때, 창밖을 보며 ‘그래, 내가 이 뷰 때문에 월세를 내지’라는 생각도 해요.
유학 경험을 바탕으로 책*을 내게 된 계기도 알려주세요.
해외 유학에 대한 목마름이 있었어요. '만약 내가 해외에서 디자인 교육을 받았다면 좀 더 나은 디자이너가 됐을까?’라는 의문을 품었죠. 그 해답을 찾기 위해 휴직 후 '영국 왕립 예술학교 대학원(@royalcollegeofart)'에서 인테리어 디자인 공부를 마치고 돌아왔어요. ‘더 좋은 디자이너가 됐어’라기보단 설수빈이라는 사람 자체가 달라졌다고 할까요. 힘든 유학 시절을 겪으며 마음에 단단한 근육이 자라났어요.
출판을 결심한 건 간단한 이유예요. ‘내가 좋아하고 중요한 게 뭐지?’라고 자문했더니, 저는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게 중요한 사람이더라고요. 제가 알고 있는 것들을 전하고, 도움 되는 것이 제게도 행복함을 선사해요. 책에는 디자인 유학을 하며 실제 경험하고, 다수의 교류로 알게 된 알짜 정보들, 주변 유학생들의 생각과 생활 등 누가 이야기해 주지 않으면 몰랐을 부분들을 담았어요. 특히 유학을 준비하는 분들에게 든든한 조력자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이에요.
*<디자이너의 유학: 영국 왕립 예술대학 출신 아트 디렉터의 유럽 디자인 유학 가이드>
인테리어 디자인 공부 후 취향에 변화가 생겼나요?
유학 가기 전에 ‘영 디자이너 프로모션’으로 가구 디자이너로 데뷔했어요. 당시 제 작업은 모던한 형태와 매트한 질감, 모노톤 일색이었죠. 빈티지하고 레트로한 감성은 좋아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재사용(Reuse)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영국에서 공부하고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재사용에 대한 개념을 장착하게 됐어요. 빈티지의 매력에 빠지기도 했고요.
빈티지 가구나 소품은 보일 때 사야 해요. 그 순간이 지나면 언제 다시 만날지 알 수 없으니까요. 맘에 드는 것을 발견하고, 살까 말까 고민한 시간, 집에 와서 포장을 뜯는 설렘까지 모든 순간이 스토리가 돼요. 빈티지 가구는 새것과는 달리 지금은 흉내 내기 어려운 그 시대만의 독특한 분위기가 있어요. 제가 아끼는 토네트 플렉스 2000 체어는 아르데코 스타일을 좋아하는 제게 무엇보다 이상적인 의자인데요. 두 개를 구입했어요. 한 개만 두어도 멋스럽지만 스태킹 한 모습을 바라볼 때 시각적 즐거움이 배가 돼요.
취향이 담긴 특별한 구석을 소개해 주세요.
거실 한쪽에 자리한 검은 선반이 제 무드 보드예요. 예전의 저와 지금의 저를 보여주는 아카이브라고도 할 수 있죠. 유학 전 제작했던 가구와 도자기부터 런던에서 공부할 당시 디자인한 작품들, 출장지에서 사 온 오브제, 소중한 추억이 담긴 선물 등으로 채워 나가고 있어요. 때론 디스플레이에 변화를 주기도 하고요. 집에 놀러 온 친구들에게 보여주고 다양한 의견을 듣는 것도 재밌어요.
👀 이야기가 담긴 오브제
평생 간직할 소중한 물건💝
돌에 붙어 있는 잔은 무엇인가요?
베를린과 파리에 기반을 둔 디자인 숍 ‘블레스’에서 일하는 친구가 졸업 선물로 준 거예요. 제 졸업 전시 준비를 도와주기 위해 베를린에서 런던까지 한걸음에 달려와준 것도 고마운데, 돌이 붙어 있어 무겁고 깨지기 쉬운 유리잔을 조심스레 챙겨왔을 마음을 생각하니 무척이나 감동이었어요. 유학 시절 고생했던 기억들과 그 친구와의 행복한 추억이 계속 떠오르는 아이템으로 평생 간직하고 싶어요.
개인 작업으로 도자기를 만들고 계시죠.
저는 손을 움직여 무언가를 계속 만드는 사람이고 싶어요. 나이 들어 내 맘대로 손을 움직일 수 없을 때까지요. 흙을 만지고 물레를 돌리는 건 명상과 다름없어요. 디자인을 하며 받는 스트레스를 가구와 도자기를 만들면서 내보내는 편인데요. 비워내는 동시에 다시 나를 채우는 과정이죠.
최근 일상 속에서 몰두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요즘 미라클 모닝을 실천하고 있어요. 그간 루틴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 없었는데, 이제 정착된 삶을 살아보고도 싶고 내 삶을 잘 꾸려보고자 시작했어요. 새벽 5시 30분에 일어나 디톡스 주스도 마시고, 건강하게 요리하고, 매일 운동해요. 서울모닝커피클럽(SMCC)이라고 건강한 아침 문화를 추구하는 커뮤니티 활동을 하면서 여러 사람들과 함께 하기도 해요. 공통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과 모여 러닝하고 커피 마시며 교류하는 시간이 즐거워요. 서로 긍정적인 자극도 주고받고요. 전 미라클 모닝 전도사예요. 단순히 일찍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몸과 마음의 균형을 이루며 내가 원하는 삶을 찾아가는 여정이거든요. 여러분도 도전해 보세요!
사진 제공 우모에(@u.mo.ae)
혼자 가기 좋은 숨겨진 스폿이 있다면 알려 주세요.
서울 삼각지에 위치한 ‘소버(@sober__seoul)’는 작고 귀여운 맥주바예요. 바테이블 구석에 앉아서 잘 큐레이션 된 탭비어들을 즐기기 좋아요. 효창동 언덕에 자리한 카페 ‘mtl(@mtl_shopncafe)’은 평일 저녁 한가한 시간에 들러 보세요. mtl의 믿고 마시는 커피도 좋지만 와인도 굿! 보틀 가격도 훌륭한 편이죠. 마지막으로 남영동 ‘우모에(@u.mo.ae)’는 낮에는 카페, 밤에는 바로 운영되는데요. 오전부터 오후까지 오랜 시간 혼자 작업해야 할 때 제격인 공간이에요. 한자리에서 커피부터 시작해서 맥주와 위스키로 마무리할 수 있어요. 낮과 밤의 플레이리스트가 다른데 그 변화를 느끼는 재미도 특별해요.
디지털 에디터 영은 | 글 연숙 | 사진 기태 | 영상 성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