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가구] 새벽 2시 전엔 눕지 않는 취미 부자


[1인가구 집구경 옥혁재 Ock Hyuk Jae] 가죽공예 도구와 다양한 취미 아이템, 빈티지 무드의 가구와 소품으로 가득 찬 거실, 오직 숙면을 위해 존재하는 군더더기 없는 침실. 

옥혁재 1집러의 공간은 미닫이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진답니다. 시간 가는 줄 모를 만큼 취미 생활에 푹 빠져들었다가 포근한 침대에 눕자마자 바로 잠드는, 단순한 듯 열정 가득한 일상 루틴을 즐기고 있는 옥혁재 1집러의 공간을 살짝 들여다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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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LDK 디자인 팀에서 가구 디자인을 담당하고 있는 디자이너 옥혁재(@okok_leather)입니다. 리빙(L)·다이닝(D)·키친(K) 공간에 놓이는 모든 가구를 디자인하는데 소파와 테이블부터 서랍장, 심지어 캣 타워까지 만들어요. 어릴 때부터 전자 제품을 좋아해서 공업디자인학과에 진학해 제품 디자인을 전공했는데, 지금은 가구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네요. 사실 제품 디자인을 할 때도 가구를 많이 보고 참고했어요. 돌이켜보면 가구에 대한 호기심과 동경이 있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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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혁재 님의 1인 라이프가 궁금해요.

혼자 산 지는 5년 정도 됐고, 이 집이 첫 자취 공간이에요. 개인 시간을 더 가지고 싶은 마음에 본가에서 독립했지요. 혼자 살면 어떨지 늘 궁금했는데, 정말 만족스러워요. 내 삶의 모든 것을 내 루틴에 맞출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좋죠. 저는 밤늦도록 뭔가 하는 걸 즐기거든요. 운동하고 밥 먹고 새벽까지 가죽공예도 하고, 침대에 눕기 직전까지 하고 싶은 걸 방해받지 않고 다 할 수 있으니까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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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죽공예에 관심을 가진 계기는 무엇인가요?

원래 빈티지하고 아날로그한 느낌의 아이템을 좋아해요. 원목 소재나 가죽 제품에도 관심이 많았고요. 그러다 2016년 무렵 친구를 통해 가죽 공방을 운영하시는 선생님을 알게 됐어요. 작은 소품을 만들고 주변 사람들에게 선물도 하면서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꾸준히 하다 보니 어느덧 취미를 넘어선 것 같아요. 한창 열심히 할 때는 하루 6시간씩 작업하기도 했으니까요. 손바느질로 하다가 혼자 살면서 장비를 갖춰 본격적으로 가죽공예를 시작했고요. 주로 신설동이나 풍물시장에 가서 가죽 원단을 구입하고 도구도 사요.


처음엔 작은 카드 지갑을 만들었는데, 요즘은 제가 들고 다니고 싶은 큰 사이즈의 가방을 주로 만들어요. 기억에 남는 작품은 친구의 부탁으로 만들어준 가죽 박스. 한 면 길이가 50cm 정도 되는 큰 상자 6개를 만드는 일이었는데, 완성하느라 한 달 동안 집 밖을 거의 나가지 못했어요. 좁은 바닥에 커다란 가죽을 펼쳐놓고 엎드려 작업하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샘플 하나가 남아 있는데 볼 때마다 그때 추억이 떠오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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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특별한 취향이 깃든 구석은 어디인가요?

다이닝 테이블이 있는 벽면 공간요.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기도 한데, 가죽공예도 하지만 밥도 먹고 영상도 보는 만능 공간이죠. 먼저 다이닝 테이블에서 가죽을 재단하면, 재봉틀과 피할기 같은 기계가 있는 옆 테이블로 옮겨요. 거실의 절반 이상을 공예 도구들이 차지하고 있는데, 하루 종일 즐겁게 시간 보낼 수 있는 일이 너무 많아서 마치 아지트 같은 느낌이에요. 잠잘 수 있는 작업실에서 살고 있다는 생각도 들고요.


가구나 소품은 대부분 원목 소재를 선택했어요. 아무래도 전세로 살고 있다 보니 집 전체를 바꿀 수는 없더라고요. 그래서 제 취향의 원목 가구와 빈티지 무드 소품, 조명을 곳곳에 배치해 공간을 꾸몄어요. 시중에서 판매하지 않는 아이템은 가죽으로 직접 만들기도 했고요.




다양한 취미 생활이 주는 매력은 무엇인가요?

요즘은 가죽공예 외에 헬스와 복싱, 테니스도 매일 꾸준히 하고 있어요. 여름에는 서핑, 겨울엔 스키도 즐겨 하고요. 하루가 32시간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 정도로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아요. 이런 바쁜 생활 패턴에 적응하기도 했고, 운동을 하며 체력이 좋아져서 그런지 짧은 시간만 자도 몸이 빨리 충전되는 것 같아 다행이에요.


아무래도 디자인 일을 하다 보면 생각을 계속 이어갈 수밖에 없어요.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창조해야 하는 직업이니까요. 그래서 자주 머리를 환기시키는 게 중요한데, 취미 생활이 큰 도움이 돼요. 가죽을 깔끔하게 자르고 붙이는 작업에 집중하거나, 운동에 몰두하다 보면 생각의 그릇이 비워지는 느낌이 들거든요. 그러다 자려고 침대에 누웠을 때 갑자기 좋은 아이디어가 번뜩 떠오르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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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실 공간을 꾸밀 때 가장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요?

처음 집을 구할 때부터 침실이 분리된 곳을 원했어요. 가죽공예를 할 때 원단을 자르고 사포로 갈다 보면 집 안에 가루가 엄청 많이 날려요. 그래서 침실은 무조건 분리된 곳을 원했죠.


저는 평소 새벽 2시 전에는 침실에 들어가지 않아요. 자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절대 침대에 눕지 않고 대부분의 시간을 거실에서 보내요. 수면 시간이 길지 않다 보니 깨지 않고 푹 자는 걸 중요하게 생각하거든요. 최대한 잘 잠들 수 있도록 제가 좋아하는 디퓨저나 에센스 오일을 가까이 두고 침실 분위기를 편안하게 유지하죠. 가구 회사에서 일하면서 매트리스 만드는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고, 매장에 가서 직접 누워도 보니 확실히 제품마다 차이가 있더라고요. 탄탄하면서도 푹신한 쿠션감이 있는 걸 좋아해서 그동안 매트리스 위에 토퍼를 따로 깔고 잤는데요, 매트리스 자체에 토퍼가 있는 ‘헤이븐’ 제품으로 바꿨더니 훨씬 편안한 느낌이에요. 더 넓은 공간으로 옮기게 되면 넉넉하게 퀸 사이즈를 사용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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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수면 루틴이나 추천 아이템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자기 전 습관처럼 머리맡에 있는 석고보드에 에센스 오일을 한두 방울 떨어뜨려요. ‘이 향이 나면 자는 시간이다’라고 몸이 기억하는 것 같아요. 매일 반복하다 보니 이제는 이 향을 맡으면 편안하게 잠들게 돼요. 꼭 향기가 아니더라도 내 몸이 인식할 수 있는 루틴을 하나쯤 만들어두면 숙면에 도움이 될 거예요.


진아 | 사진 창화 | 영상 성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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